“동네장사는 주인이 손님을 직접 챙겨야” 비치활어 이용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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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사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스시맨들은 개업 때부터 줄곧 함께 하고 있다.

100세 장수시대에 ‘환갑’을 따질 일은 아니렸다. 그래도 부에나팍 ‘비치활어’ 이용환 사장의 몸매는 내일 모레 환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딱 벌어진 어깨 근육이 살짝 드러나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은 단단하게 울퉁불퉁한 팔뚝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남가주의 태양빛에 잘 그을린 그의 피부에서는 영락없이 야성의 매력이 폴폴 풍긴다.

“몸이 고단해지면 서비스고 뭐고 다 귀찮아져요. 그러다보면 비즈니스는 끝장이죠. 내가 피곤하지 않으려면 몸관리를 잘해야 해요”

건강한 외모를 구구절절 묘사한 건 그의 체력관리가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비치활어’의 비결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24아워’ 피트니스클럽을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텝밟기 등으로 1시간 30분씩 땀을 흘린다고 한다. 저녁마다 와글와글한 식당 매장에서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덕담을 나누고, 그러다보면 소주 한두잔 권커니 잣커니 할 수 밖에 없는 게 활어집 주인의 처지다.

그럼에도 그는 한결같이 날마다 저녁장사의 한복판에서 근육질 몸매를 움직이며 “3번 테이블 소주 한병 서비스!” ” 6번 테이블에 계란찜 새로 갖다 드리고~!”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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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활어 이용환 사장은 매일 저녁 빠짐없이 식당을 누비며 손님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서비스를 챙긴다.

 

“동네 장사는 주인이 늘 얼굴을 보여야 해요. 손님이 모두 이웃인데 주인에게 서비스받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외면하면 되겠어요?”

횟감의 질이 좋다거나, 곁반찬이 푸짐하다거나 하는 말은 ‘비치활어’가 7년째 부에나팍 일대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인기 1위의 횟집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런 건 기본이죠. 횟집에서 횟감 좋은 거야 당연한 거지. 그보다 주인인 내가 날마다 손님들과 얼굴 맞대고 같이 웃고 울어주는 게 중요해요.”

이 사장 또한 요즘 어디서나 강조되는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이 사장은 30여년전 크루즈 유람선의 사진촬영기사라는 특이한 직업으로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월 1500달러씩 주어진 급여는 당시로선 꽤 고소득이었지만 2년만에 LA로 옮겨와버렸다.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취업이민으로 미국땅으로 밟았지만 한국냄새가 그리워 못견뎠던 것이다.

페인팅과 청소 등 이른바 ’3D’ 업종에 온몸을 던져 밑천을 모은 다음에는 LA다운타운에서 또 10여년간 잡화 홀세일에 매달렸다. 도무지 식당업과 아무런 상관없는 이력은 15년전 세리토스의 한식당 ‘삼보정’을 인수하면서 바뀌게 된다.

‘이씨네’라는 상호로 간판을 바꿔달고 당시 LA한인타운에서 인기를 모으던 떡보쌈을 도입한 게 주효했다. 장사 잘 되는 재미에 빠져 있던 중 우연찮게 부에나팍 상권을 돌아보다가 ‘항구횟집’이란 간판이 달린 지금의 ‘비치활어’ 자리를 인수했다.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카탈리나섬 앞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바다낚시에 빠져 있던 참에 횟집간판을 보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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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피트짜리 민어를 사들인 날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제공=이용환 사장>

어부들이 잡은 ‘로컬생선’을 싸게 공급받고 직접 낚아올린 생선을 손님상에 올리니 반응은 뜨거웠다. 삽시간에 근동에서 가장 질 좋은 활어집으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개업 당시부터 자리했던 스시맨 3명이 7년째 요지부동으로 이사장과 함께 하고 있으니 맛과 서비스가 달라질 리 없다.

이 사장은 요즘 상인들의 권익보호에 눈이 뜨여 바빠졌다. 지난해 12월 오렌지카운티 한인요식협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7개월여만에 회원수가 120여명이 됐다. 포스데이타와 협약을 맺어 회원들에게 카드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등 구체적인 활동실적도 쌓고 있다.

“식당 비즈니스 뿐 아니라 모든 상인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장사 잘 하고 있으니 혜택을 나눠야지요.”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가수를 닮은 그의 굵은 미소가 수족관의 활어처럼 싱싱하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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