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현의 클릭 지구촌]에콰도르를 가다-키토(2) 아름다운 성당..

키토는 볼리비아의 라파스 다음으로 고도에 있는 수도라고 합니다. 호텔 시설이 무척 깔끔하고 좋습니다. 기분이 다 상쾌합니다. 단지 물만 쎈물 입니다.남미가 아니라 마치 미국 어느 중소도시에 와 있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후배도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는군요. 왠지 안전해 보입니다. 기온을 보니 화씨 60대 초반인데(섭씨 15도 정도) 우리가 머문 일주일 내내 그런 쾌적한 날씨를 즐겼습니다. 적도점이 통과하는 지역인데도 고원지대라 그런 겁니다.

제가 사는 LA가 세상에서 날씨가 가장 좋은 줄 알았는데 연평균 기온을 보니 이곳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섭씨13.5도에서 14도 사이. 사시사철 그렇습니다.

아침은 부페 식당에서 1인당 미화 10달러씩해 포기하고 대신 로비에 준비된 커피로 대신합니다. 여기서도 와이파이가 터져 참 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내에서는 금연이고 흡연시 객실료의 100%를 벌금으로 물린다기에 방에서 컵라면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후배와 의논하다 먹기로 합니다. 객지에서 후르륵거리는 라면은 역시 맛납니다. 친구는 미국서 사 가지고 온 스팸을 곁들여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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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시 미사를 집전했던 호텔 인근의 캐롤리나 공원에서 미화1 달러씩 내고 미니 시티 투어를 하고 있는 필자(왼쪽).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뒤 연수 온 학생들을 만나 구시가지 관광에 나섭니다. 키토의 구시가지인 역사지구는 폴란드의 크라코우(Krakow)와 함께 1978년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일테지요. 일행이 많아 택시 두대를 나눠 탔는데 한대는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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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의 역사지구인 엘 센트로는 미주 전역을 통틀어 가장 잘 보존된 역사지구로 인정받고 있다.기념비적인 건물만도 13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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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가인 엘 센트로에 위치한 대통령궁 카론델레 궁(Carondelet Palace)인데 대통령의 집무실 겸 거처. 관광용 마차도 타 볼 수 있는 곳이다.

1.90달러를 냈고 우리는 2.40달러를 냈습니다.

조금 돌아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택시가 페루와 다릅니다. 깨끗하고 비교적 신형입니다.

학생 중 한명이 2008년 이곳에 살았다고 하는데 그 당시 한인 인구는 약 300가구 정도됐는데 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외국인의 외화반출을 제한해 한인들이 애를 먹어 한인 인구가 줄었을 거라 합니다. 오후 2시 넘어 올드타운 식당에서 엘 뽀요같은 닭고기, 감자 등으로 점심을 하는데 페루 음식과 비슷하게 맛이 좋습니다.

바로 인접한 독립영웅기념비가 세워진 독립광장에서 후배에게 에콰도르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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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웅기념비가 세워진 독립광장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미 국가의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투쟁,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그리고 산 마르틴에 관한 이야기는 에콰도르 ‘과야낄’ 기행문에서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이곳 역사지구는 유네스코에 의해 ‘인간 창조의 천재성이 보이는 보석’같은 유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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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성모상 비르겐 엘 파네씨요(Virgen El Panecillo)가 서 있다. 고도 3,016m 엘 파네씨요 언덕에 높이 41m에 달하는 이 도시의 수호자 성모상이다.

잠시 시립문화센터 건물을 둘러보고 부통령 집무실을 지나 ‘식민지 역사박물관’에 도착했으나 40명 기준으로 입장을 시켜 조금 기다리다 1인당 미화1.50 달러씩 내고 입장해 스페인 식민시절의 유물과 원주민들이 받는 탄압, 독립운동 과정 등을 둘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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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이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침략과 수탈의 진행 방향을 지도에 담아두었다. 저렇게 보니 스페인에서 이곳 남미까지 그리 먼 거리도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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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나 선교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투표를 앞두고 선거 캠페인을 하는 모습이었다. 대성당인 까떼드랄 앞.

스페인 사람들이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침략과 수탈의 진행 방향을 지도에 담아두었습니다. 저렇게 보니 스페인에서 이곳 남미까지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지 싶습니다. 이곳에서도 성모 마리아가 예수 어머니 성모, 광부들의 성모, 죽은 자들의 성모 등 여럿 존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일 겁니다. 그런 의미로 성모 숭배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예배의 대상이 아니라 예수의 어머님에 대한 존경, 그리고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일도 어머니에게는 어쩐지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우리에게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것 같고, 또 아버지에게 우리 대신 이야기해줄 것 같은 어머니의 존재가 동양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바실리카 성당(Basilica Del Voto Nacional)을 찾아 나선 길에는독특한 건물이 많이 보입니다. 도로를 걸어 다니는데 신호등에서 차량들이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깜작 놀랐습니다. 정말 칼같이 지킵니다. 이곳 키토에도 다른 라틴 아메리카의 도시들 처럼 많은 성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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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의 많은 성당 가운데서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바실리카 성당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인 바실리카 성당은 고딕풍 건물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유럽의 유명 성당들을 구경하지 못한 필자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성당으로 느껴집니다.

13세기에 착공되고 독일 땅에 있지만 불란서 성당이라고 하는 독일 쾰른의 대성당과 외양이 흡사하다고 하는군요. 후배가 무언가 열심히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성당 지붕 쪽 빗물 배수구는 건축가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온갖 동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구아나, 거북이, 악어 등….

실내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세 이후 고딕 양식이 채택되며 점점 높게 짓고 싶은 인간의 열망으로 1225년 건축된 불란서의 보베 성당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약 48m였다고 하는데 이 바실리카의 높이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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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카 성당의 전면부에 아름다운 장미창이 조각돼 있다.

인간들은 동양에선 아름다운 사찰 건축을 남겼고 서양에서는 성당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남 보다 조금 더 높은, 조금 더 나은 장대함과 위엄을 표현하기 위한 경쟁이 이젠 인류문화 유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 우리는 바실리카 성당만을 관람한 채 숙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나머지 다른 성당과 스페인 유적은 쿠엥카를 다녀온 다음에 다시 방문 하기로 했습니다.

저녁엔 학생들을 데리고 한식당 ‘고향집’을 찾아가 제육볶음 등으로 맛나게 식사를 했습니다. 열무도 맛나고 밑반찬 등 모든 게 만족스럽습니다. 2014년 7월 6일의 하루였습니다.

*후기 1 : 에콰도르는 미국 달러화가 공식 화폐입니다. 여행자로서 환전을 안해도 돼 편합니다. 중미에서는 파나마와 엘살바도르도 달러화가 공식화폐입니다.

*후기 2 : 바실리카 성당의 내부는 외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수가 제대로 안돼 그런지 군데 군데 현격히 질 낮은 상태를 보였습니다.

13 가을 서울 (4)-001

손대현/여행가·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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