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현의 클릭 지구촌] 에콰도르 적도점과 버스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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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박물관 뮤제오 쏠 인티-난 (Museo Sol Inti-Nan) 전경

1.두개의 적도 박물관

아침 8시경 잠에서 깼습니다. 기온은 화씨 50도, 섭씨로는 10도쯤 됩니다.

새벽엔 오랫 동안 숨이 차 잠을 설쳤습니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그렇습니다. 해발이 3,000m가 안되는데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곤이 누적돼 그런가 눈이 부었습니다. 방에서 믹스커피 한잔 하고 샤워 후 호텔 로비에 나가 아메리카노 한잔을 다시 한 후 뷔페 식당에 가 가져간 스팸과 함께 아침을 합니다. 스팸이 입맛을 돋궈줍니다.

호텔 택시를 대절해 적도점 관광에 나섭니다. 1시간 대기해 주는조건으로 미화 35달러를 주기로 합니다. 적도는 에콰도르에만 있는 건 아닐텐데 이상하게도 에콰도르가 적도를 대표하는 나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나라 이름부터 적도를 의미하는 에콰도르라 그럴 지 모릅니다. 길가의 택시들은 새차입니다.현대 액센트급 차들 입니다. 페루와 다릅니다. 키토에는 시내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적도 박물관이 두개가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잉카 적도 박물관인 뮤제오 쏠 인티-난 (Museo Sol Inti-Nan)을 먼저 구경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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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적도 박물관인 뮤제오 쏠 인티-난. 빨갛게 칠해놓은 곳이 적도선이다.

입장료는 1인당 미화 14달러입니다. 적도선은 빨갛게 칠해 두었습니다. 여러 자료들을 읽어 보니 이 잉카 적도점은 실제 적도선에 세워졌습니다.

적도선에서 두팔을 들고 걷는데 균형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서로 잡아 당겨그런다던가요 ? 술먹고 걸려 음주운전 테스트하는 것 같습니다. 맨정신에선 똑바로 걷기가 가능한데 적도선에서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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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정신인데도 적도선에서 두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비틀거리는 필자의 모습을 일행이 카메라에 담았다.

해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오전 11시가 좀 안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도착한 시각은 11시15 분입니다. 왜 착오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오면서 다시 시간을 재봤지만 역시 약 30분 정도 차이가 납니다.

또 한켠에서는 세면대의 물살이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적도선에서는 직선으로 회오리 없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는걸 실제 시연을 통해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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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달걀을 세우고 있다. 손을 댄 것같이 보이지만 손을 뗀 상태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누가 달걀을 세울 수 있는가 ? 그것도 못 위에. 정말 신기하게 적도선 위에서는 달걀을 못 위에 쉽게 세울 수 있습니다. 후배가 성공하고 자랑을 합니다. 사진은 손을 댄 것같이 보이지만 사실 손 뗀 겁니다. 그외에도 적도선에선 성인 남성이 양손을 깍지 끼고 그걸 여린 여성이 잡아당겨 떼어 내는게 실제 가능합니다. 힘의 균형점이라 그런가 봅니다. 잉카의 적도점을 나와 바로 인접한 또다른 적도박물관 라 미타드 델 문도로 들어 갑니다.

그 의미는 세상의 중심 즉 ‘Middle Of The World’라고 합니다. 입장료는 1인당 미화 3달러입니다.

이 박물관은 상업 목적의 박물관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수공예품점 등 많은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가는 곳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측지학 팀이 적도를 공식적으로 발견하기 전 이곳 지리학자들은 실제 적도점에서 불과 250m 떨어진 지점을 지도에 표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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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박물관 라 미타드 델 문도 입구에는 1736년 적도 측정에 성공하고 지도에 표기한 프랑스 측지학팀들의 상반신상들이 전시돼 있다.

우리가 먼저 들렀던 실제 적도선에서 볼 수 있거나 실험할 수 있는 현상들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30m되는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 이 기념관 일대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탑 내부 입장료는 별도로 미화 3달러씩 합니다. 안에는 민속 박물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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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점 위에 세워진 기념탑. 불란서측정팀이 잘못된 적도선 위에 세워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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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까지 와 지구를 든 이런 사진을 한장 안 찍을 수 없다.

이때 쯤 되니 날씨가 제법 더워집니다. 겉옷을 벗고 나니 시원합니다. 오후 1시가 거의 다 돼갈 무렵 박물관에서 나와 2시쯤 늦은 점심을 하고 다음 행선지로 출발합니다.

시내 중심에서 피친차 (Pichincha) 화산 동쪽에 있는 크루스 로마 (Cruz Loma)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 텔레페리코(Teleferiqo)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올라 갑니다. 케이블카는 1인당 미화 6.5달러 합니다.

산 정상이 4,100m나 하는 고지대라 그런지 어질어질하고 날씨도 상당히 찹니다.하늘에선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우린 상점에서 핫 초컬릿을 사 먹으며 몸을 녹인 후 하산길에 오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오는데 15분 정도 걸립니다. 키토 조망을 하는데 안성맞춤의장소이고 편도 15분 정도 하는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내려와 학생들과 함께 짐을 맡겨둔 기숙학원에 가 짐을 찾아 쿠엥카로 가기 위한 버스 터미날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친구는 다른 나라에 연수중인 학생들 돌보러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할 수 있다는 소식에 안절부절입니다.

매연과 트래픽이 심한 도심을 뚫고 키툼베(Quitumbe) 터미날에 도착했는데 택시비가 미화 9달러 나왔습니다. 학생 두명이 탄 택시는 20달러를 냈다고 합니다. 같은 길을 달렸는데 택시 기사가 장난을 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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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친차 (PICHINCHA) 화산 동쪽에 있는 크루스 로마 (CRUZ LOMA) 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 텔레페리코 (TELEFERIQO) 를 타고 올라간 산 정상.

2.버스 안 도둑놈

버스 터미날에서 밤 8시45분 출발해 밤새 달려가는 침대차로 표를 샀는데 1인당 미화 10달러씩 합니다. 너무 싸 이상 합니다. 멕시코 여행을 할때도 밤새 달리는 우등고속 버스는수십 달러를 하는데 이상합니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학생을 통해 창구 직원에게 몇번이고 침대차 맞느냐고 물어도 그렇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탔는데 안내원인지 손님인지 분간이 안가는 친구가 짐을 받아 선반에 올려줍니다. 말 한마디 없이 몸짓으로만 일을 해 벙어리 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좌석이 배정되지 않는 이상한 버스라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가 뒷 좌석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 합니다. 그렇지만 이내 우리가 앉은 자리가 자기 자리라고 내달라는 손님들이 늘어 우리는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상하다. 왜 다른 현지인들은 좌석 배정이 됐는데 우리는 안해줬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할 수 없이 학생 한명이 매표소로 가 보기로 하고 우리를 도와준 그 친구도 자기도 함께 가보겠다고 하차를 합니다.

한참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학생을 기다릴 수 없어 우리 일행은 가방을 다 들고 내려보니 학생과 그 친구는 매표소가 아니라 버스 옆에 서 있습니다.

이런 저런 몸 짓과 상황판단 결과 그때서야 난 버스비 영수증인줄 알고 받아 지갑에 넣어둔게 ‘좌석표’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들어가 원래 우리에게 배정된 자리에 착석을 했습니다. 어휴…둔하기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버스를 둘러보니 침대버스? 천만에. 그냥 일반 버스 입니다. 속았습니다.

이 버스에 또 속은게 또 직행도 아니고 완행입니다. 결국 현지 말만 한다고 해결 되는게 아니고 중요한 건 경험이고 상황판단 능력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마 김 교수가 있었으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겁니다.실제 침대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매표소 직원은 우리에게 표를 팔아먹을 심산으로 거짓말을 한 겁니다. 드디어 버스가 출발을 합니다.

마음 속으로 이번 여행에 탈이 없도록 빌어 봅니다. 여학생 셋은 배낭이랑 먹을 걸 담은 봉지들을 선반에 얹지 않고 좁은 좌석 앞에 내려 놓고 좁게 앉아 갑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 보자 여행 안내책자에 그게 제일 안전하다 했다는 겁니다. 그래 주제 넘게 중남미 여행을 몇번 했지만 버스 안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말해줘도 듣지 않습니다. 우린 5명인데 잘못해 6명 좌석을 구입해 내 옆자리는 비었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있다 내 옆 빈자리에 가방을 내려 두려고 선반에서 꺼내고 후배 가방도 받아 옆자리에 두었는데 처음 버스 탔을때 우리 짐을 받아줬던 문제의 그 이상한 현지인 친구가 내 자리로 와 다시 가방을 집어 선반위로 올려버립니다. 그것도 바로 내 머리 위가 아니고 약간 뒷쪽 선반에 올리는 겁니다. 정말 이때까지 차장인 줄 알았고 이상했지만 그대로 두었습니다.

완행이라 어느 정거장에 서서 추가로 손님들을 태우고 차는 다시 달려 갑니다. 몸집이 큰 후배 윤박사가 여학생이랑 앉은 게 불편해보여 내가 자리를 바꿔 앉았습니다. 한참 가다 실내등이 켜지고 차장이 표 검사를 합니다.

그 순간 저녁은 못 먹었지만 약을 안 먹은 게 생각 나 후배에게 내 가방을 내려 달라고 부탁해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합니다. 가방이 가벼워졌습니다. 어? 열어보니 카메라, 렌즈, 스마트폰, 여권지갑이 몽땅 없어졌습니다. 오 마이 갓. 당황. 처음 겪는 황당한 사태. 오늘 찍은 사진도 저장을 못해 문제지만 그것보다 여권이 없어졌으니 새로 낼 일과 복잡한 귀국 절차가 걱정입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차장으로 생각한 그 수상한 놈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검표를 하는 차장을 밀치고 맨 뒷자리에 앉은 그 놈에게 다가갑니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실내등이 켜져 식별이 가능했습니다.

영어로 “나 카메라와 여권 잃어 버렸는데 어딨냐 ?” 다그칩니다. 몇번 큰 소리로 다그치니 순순히 자기 왼편 선반 위를 가리킵니다.

오 마이 갓. 손으로 더듬어 보니 카메라, 렌즈, 지갑, 스마트폰, 지갑에서 빠진 여권이 줄줄이 나옵니다. 모든 걸 찾은 겁니다. 여기서 그 놈이 범인임이 분명 하지만 다그쳐서 될게 하나도 없어 속으로 감사하며 자리로 돌아와 가방에 넣고 품에 안고 달려갑니다.

다음 정거장에 버스가 서니 그 놈이 일행인 듯한 놈과 함께 내려 버립니다. 만약에 실내등이 켜진 그때 그러니까 차장이 검표할 때 약먹을 생각을 안했다면 그 놈이 이번 역에서 훔친 물건을 모두 갖고 내렸을 겁니다. 십년감수.

그런데 이런 도둑놈의 소행은 쿠엥카 구경을 마치고 다시 키토로 버스를 타고 오는데도 벌어 집니다. 그건 나중에 쓰겠습니다.

아주 상습적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도둑질을 하는 일당들이 늘 버스에 탑승해 사냥감을 찾는 겁니다. 결국 학생들이 옳은 겁니다. 배낭을 자기 무릎 앞에 끼고 타는 그 조심성이 맞았습니다. 차는 목적지를 향해 조용히 달려 갑니다.

▶후기 1 : 친절한 놈, 이상한 짓 하는 놈은 무조건 조심해야 합니다.

▶후기 2 : 내 짐에 손대는 놈은 차장이라 하더라도 단호히 격퇴해야 합니다. 중간에 내릴 수 없는 직행편을 타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겁니다. 멕시코 밤 버스는 직행 고급이라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제 경험이 짧았던 겁니다.

▶후기 3 : 도둑놈들은 가능하면 맨 뒷자리에 앉아 상황을 파악하려 합니다. 그리고 낮 버스의 경우 범행대상 손님은 뒷자리 손님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앞자리 선반을 뒤지면 사람들 눈에 뜨일까 그런 것같고 밤 버스는 실내등을 꺼 버려 앞뒤 안가리는 것 같습니다.

13 가을 서울 (4)-001

손대현/여행가·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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