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의식 조사②] ‘대한민국 법의식’ 53점…국민 절반 “法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 “법 지키면 손해본다” 인식, 7년 전보다 강해져

- 국민법의식 지수, 100점 만점에 52.88점 그쳐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 국민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준법 정신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0%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대답해 ‘잘 지켜진다’(49.5%)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응답자 특성을 분석해 보면, 여성의 절반 이상(52.4%)이 ‘잘 지켜지고 있다’에 손을 들어줬다. 남성은 46.4%가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으로 갈수록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60대 이상이 61.2%로 가장 높았고, 반면 30대는 40.6%에 그쳐 20대(43.1%)보다 더 낮았다.

직업별로 보면 무직/기타(61.6%), 학생(58.5%), 화이트칼라(56.2%) 순으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추가 설문도 이뤄졌다. 그 결과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가 42.5%로 가장 많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서(18.9%), 법을 지키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해서(11.2%), 법을 잘 몰라서(7.2%)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에 실시된 ‘2008 국민법의식 조사’에서는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62.8%)가 ‘법이 잘 지켜진다’(37.1%)를 압도한 바 있다. 당시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라고 응답한 비율은 34.3%로 오히려 이번 조사에서 더 부정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부 계층이 범죄행위를 하고도 처벌받지 않거나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처벌을 받는 등의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인의 준법의식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91.7%가 ‘잘 지킨다’고 응답했다. 8년 전에 0.7%포인트 소폭 상승한 것이다. 이와 관련 “사회의 준법정도보다 자신의 준법정도를 더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대학생과 대학원생 2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응답자 85.7%가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31일간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법제연구원은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아시아리서치센터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기존의 종이설문지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조사원이 가구마다 방문해 직접 면담하는 방법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국민법의식 지표’(6개 분야 30개 설문)를 새롭게 개발해 선보였다.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법의식 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 52.88점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법에 의한 기본권 보장’이 62.61점으로 가장 높았고, ‘법에 대한 관심’(56.40점)이 뒤를 이었다. 반면 ‘법의 제정/집행’(42.54점), ‘법에 대한 준수’(48.13점)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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