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챔피언’ 이정민 “명품스윙? 굳이 바꾸는 이유는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2016년 첫 ‘골프여왕’은 그새 경북 상주에 가 있었다. 13일 중국 둥관 미션힐스골프클럽에서 끝난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서 우승하고 14일 귀국한 그는 숨돌릴 새도 없이 상주로 달려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배시시 웃으며 “여기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해요” 한다. 이정민(24·비씨카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해 첫 대회서 우승컵을 들고 통산 8승째를 기록했다. ‘아이언 퀸’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송곳 아이언샷은 일품이다.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아이언샷은 지난 시즌 그린적중률 2위(78.28%)를 기록했다. 동료들이 가장 닮고싶어 하는 ‘명품스윙’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 8주 간의 미국 전지훈련서 이정민은 코치인 안성현 프로와 스윙을 전면 교정했다. 부럽기만 한 스윙을 굳이 바꾸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힘 빼고 정확성 높이고…올해 숙제입니다”=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의 스윙에서 단점과 나쁜 습관이 자꾸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정민은 “필요한 타이밍에 힘을 줘야 하는데 불필요한 과정에서 힘을 주다보니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움직임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3년째 이정민을 지도하는 안성현 프로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기에 움직임이 더 커졌다. 세게 치려는, 힘이 들어간 경직된 스윙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며 “여자 선수들은 헤드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래깅 동작(그립 끝이나 손이 볼을 향해 끌고 내려오는 동작)을 많이 하는데, 정민이는 오히려 반대다. 헤드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그보다는 임팩트의 정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민은 “다운블로로 가파르게 들어가는 샷을 좀더 완만하게 하려는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갖고 있는 힘의 70%만 치고 있는데, 거리는 비슷하게 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서도 그린적중률(81.94%)은 공동 4위. 아마추어 골퍼들이 꿈꾸는, 원하는 곳에 딱딱 보내는 명품 아이언샷의 ‘꿀팁’을 물어봤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있어요. 척추 각 유지. 어드레스했을 때와 임팩트할 때의 각이 비슷해야 합니다. 오히려 상체가 더 지면을 강하게 바라본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안그러면 빨리 일어서고 몸을 돌리거든요. 공을 때리려고 힘을 주다보면 몸이 일어나는 게 당연한데, 그걸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른 선수에게서 가져오고 싶은 기술은 없을까. 예상밖으로(?) 김효주의 퍼트를 꼽았다. 김효주 하면 부드러운 스윙 아닌가. 이정민은 “효주의 퍼트를 배우고 싶다. 스트로크하는 동안 팔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고 끝까지 잘 유지된다. 리듬감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장타와 송곳 아이언샷. 여기에 퍼트까지 무기로 장착하면 이정민의 투어 정복은 시간 문제일 것같다. 안성현 프로는 “퍼트도 전훈 때부터 교정 중이다. 퍼트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임팩트 때 살짝 감속돼서 공이 가다가 중간에 꺾이는 경향이 있는데, 일정한 속도로 치도록 연습 중이다”고 귀띔했다.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다시 도전합니다”=지난시즌 상반기 3승으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하반기 돌연 기세가 꺾였다. 이유는 체력저하였다. 여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을 다녀온 후 힘을 내지 못했다.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시즌이었다. 역대 최다인 33개 대회가 열리는 올해는 더욱 단단한 몸을 만들어놔야 한다.

“처음으로 미국 전훈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갔어요. 예전엔 선생님이 짜주신 훈련 프로그램만 들고 가서 혼자 했거든요. 작년 하반기에 6kg 정도 빠졌는데 지금은 거기에서 8kg가 더 늘었어요. 운동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난해 미국 나들이로 잃은 것도 있지만, 이정민은 올해 물러서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 또 출전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수가 쓴 약이 됐다. 미국 다녀와서 곧바로 국내 투어에 출전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던 게 컸다. 올해는 많은 대회 출전을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구질에 맞는 코스 위주로 나설 계획이다.

▶“메이저 우승 욕심 없어요…내 기록 넘는 게 유일한 목표”=이정민은 필드에서 보이는 그대로 성격도 조용하다. 취미도 별로 없다. 많은 선수들이 승부의 긴장감을 잊기 위해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그것도 크게 관심 없단다. 요즘 핫이슈인 송중기 송혜교 주연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중국에서 잠깐 보긴 했는데, 재미는 있더라고요”가 전부다. 야구모자와 선글라스 모으기 정도가 소소한 즐거움. 단 하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친구들과 수다란다. 조윤지 정연주 김세영 등과 친하다. LPGA투어서 활약 중인 김세영과 자주 연락하지만 “서로 잘하라고 격려할 만큼 그렇게 둘다 다정다감하지는 않다”며 웃는다.

타이틀 욕심도 없다. KLPGA 투어 통산 8승 중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없으니 갖고 싶을 법도 한데 그것도 아니다. 이정민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승은 다 같은 크기에요. 우승의 크기는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해요. 메이저대회라서 더 좋고, 상금이 작은 대회라고 덜 기쁜 건 아니거든요. 프로 선수라면 메이저 우승이나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제 성격상 안맞아요.(웃음)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제 기록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2014년 2승, 2015년 3승의 이정민은 올해 4승이 목표인 셈이다. 화려함은 없지만 야무지고 믿음직한 플레이처럼 또박또박 한걸음씩 힘주어 밟아 가고 있는 그의 올시즌 행보가 기대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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