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김세영 ‘JTBC파운더스컵’ 우승

마지막날 10언더…김세영 최저타 우승
빨간바지 마법사 다시 확인
2위와 5타차…LPGA 통산 4승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골퍼는 단연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의 어머니 쿨티다가 염소자리인 우즈에게 붉은색이 힘을 준다면서 16세 때부터 빨간 셔츠를 권했다고 한다. 미신으로 시작했지만 우즈의 빨간 셔츠는 그 자체로 파워이자 공포였다. 그레그 스타인버그 스포츠심리학자는 “붉은색은 공격성을 의미한다. ‘내가 이곳을 지배하겠다’는 우즈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즈가 자리를 비운 필드 위 ‘빨간 마법사’의 영예는 이제 ‘역전의 여왕’ 김세영(23·미래에셋)에게 넘겨줘야 할 것같다. “역전우승 비결은 빨간바지를 입으면 된다. 골프채를 놓을 때까지 빨간바지를 계속 입을 것”이라던 김세영이 또 한번 공포의 빨간 바지를 입고 역전우승을 일궜다. 하루에 무려 10타를 줄이며 경쟁자를 압도한 완벽한 우승이었다.

지난해 신인왕 김세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53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는 하나도 없이 이글 1개, 버디 8개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두르며 10타를 줄여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했다. 2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5타 차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시즌 첫승, LPGA 통산 4승을 거뒀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

특히 김세영이 이번 대회서 기록한 27언더파는 안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세운 LPGA 대회 72홀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또 이날 세운 10언더파는 김세영의 개인 최저타 기록이다. 이전 LPGA 투어 3승을 모두 섬(바하마, 하와이, 중국 하이난)에서 일궜던 김세영은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에서 4승을 휩쓸었다.

이번에도 빨간 바지로 일군 역전우승이었다. 국내에서 거둔 5승과 지난시즌 LPGA 투어 3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던 김세영은 이날도 ‘역전의 여왕’다운 면모를 뽐냈다. 3라운드 선두 지은희(29·한화)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낚아 5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11번홀(파5)에서는 이글까지 잡은 김세영은 2위 그룹과 6타로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몽족 출신인 메건 캉(미국)이 15번홀(파5)에서 16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김세영과 격차를 4타로 좁히기도 했지만 김세영은 13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태 추격하는 선수들의 기세를 꺾어 놓았다. 15번홀에서는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2m에 붙여 또 한타를 줄인 김세영은 16번홀에서도 탭인 버디를 성공했다. 18번홀(파4)에서 파를 잡은 김세영은 여유있는 세리머니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다. 10언더파는 개인 최저타 기록인데, 마지막 파 퍼트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캐디에게 물어봐서 알았다”며 메이저 우승이 멀지 않았다는 질문에는 “사실 지난 두 대회에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승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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