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나물 전성시대 ①]‘풀떼기’가 한우보다 비싸다고?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고급 식재료의 대명사, 한우보다 비싼 식재료를 찾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급스런 수입 식재료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예상 밖의 ‘풀떼기’가 한우보다 고급이다. 분량 단위로 따져보자면 한우보다 비싼게 프리미엄 건나물이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청정지역에서 나는 프리미엄 건나물들은 100g당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다. 높은 가격은 그만한 인기를 입증하는 지표다. 건나물은 최근 웰빙 트렌드를 타고 ‘할머니들이 만들어 먹는 반찬’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건강을 찾아주는 자연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집밥’ 찾는 2030, 건나물 매출 올렸다 =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건채소 매출이 7%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채소 매출이 14% 상승하며, 상승세만 따지면 지난해의 2배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곤드레나물을 말린 건곤드레와 무청을 말린 시래기가 건채소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건곤드레는 지난해 매출 상승률이 680%. 올해는 148%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래기는 지난해 10% 매출이 오른데 이어, 올해는 60%의 매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건나물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주역이 노년층이나 장년층이 아닌,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달 이마트에서의 건채소 구매 고객을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20대부터 40대까지의 소비자 비중이 1년전에 비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는 20대 비중이 2.9%, 30대는 18.9%, 40대는 30.6%였다. 1년 사이 건나물 소비자 중 20대 비중은 3.2%, 30대는 21.5%, 40대는 33.6%로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건나물 소비자 중 30.1%였던 50대의 비중은 1년 후 27.9%로, 13.3%였던 60대 소비자 비중은 10.5%로 줄었다. 1년 사이에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건나물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젊은 소비자들이 건나물에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은 요리 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건나물은 미리 불려놓거나 딱딱한 부분은 골라내는 등 손질과 조리가 번거롭다는 점 때문에 젊은 층이 선호하지 않는 식재료였다. 맛도 자극적이지 않아 어른들이 즐기는 전통 한식밥상에서는 빠지지 않는 인기 찬거리였지만,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젊은 층은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건강한 생활습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나물류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나물의 담백한 맛과 은은한 향은 기름기나 열량, 당분, 염분이 넘쳐나는 메뉴에 질린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보관 기간이 길어 저장식으로 두고 먹기 편하다는 점도 1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 젊은층의 소비패턴에 맞는 점이었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건나물을 다시 보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미식, 요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양식 식재료 뿐 아니라 다양한 한식 식재료들까지 재조명됐다. 불린 나물을 넣어 밥을 짓고 양념장 하나 곁들이면 건강한 ‘집밥’을 뚝딱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층들이 추구하는 ‘쉽게 요리하는 재미’와 맞아 떨어졌다.

▶간편가정식부터 프리미엄 건나물까지 등장 = 나물은 간편가정식의 대표격인 냉동밥 시장에도 진출했다. CJ제일제당 등 식품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곤드레나물밥이나 취나물밥 등의 나물밥류를 냉동밥 형태로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냉동밥 시장은 매년 50% 가까이 성장하며 지난해에만 300억원대 규모로 커졌다. 이 중 나물밥은 2014년 16억8000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었다. 건강하고 담백한 나물밥을 먹고 싶지만 번거로울까봐 나물밥 짓기를 주저했던 1~2인 가구가 주로 냉동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7월 출시한 ‘비비고 곤드레나물밥’과 ‘비비고 취나물밥’은 출시 6개월만에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식업체에서도 건강한 나물밥을 메뉴로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한식부페나 집밥 콘셉트의 한식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면서 각종 나물밥이 계절메뉴로 나온 것이다.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고기보다 귀한 건나물’을 ‘국산의 힘’ 상품으로 선정, 울릉도 삼나물과 참고비, 부지갱이, 미역취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건나물들은 청정 지역인 울릉도에서 100% 친환경 재배를 통해 생산된 것을 수작업으로 채취해 100% 자연 건조로 말린 프리미엄 제품들이다. 이 중 참고비와 삼나물은 울릉도에서만 나는 것으로, 생산하는 양이 한정적이라 그 가격이 한우보다 평균 2~3배 가량 비싸다. 삼나물은 100g당 가격이 2만4667원, 참고비는 2만8000원이다. 한우가 100g당 등급에 따라 6000~8000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한우보다 비싼 건나물인 셈이다.


이마트는 이 건나물들을 10t 가량 대량 매입해 이마트 후레쉬센터에 보관하고, 최근 소비트렌드에 맞게 소용량 포장으로 내놔 연중 판매할 계획이다. 이형욱 이마트 바이어는 “울릉도지역은 청정한 자연환경 덕분에에 산나물도 다른 지역보다 향과 식감이 뛰어나다”라며 “한식 식재료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젊은 소비자들까지 산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 다양한 먹거리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는데 앞장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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