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승부조작 적발] 일부러 고삐 당겨 속도 늦춰… 기수-조폭-사설경마장 삼각 커넥션

-불법마주ㆍ대리마주 처음으로 적발

-기수들이 돈받고 경마정보 불법제공

-정보 제공받은 조폭들도 사설경마나서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 2010년부터 경기 과천과 제주, 부산ㆍ경남 등 전국 경마장에서 벌어진 경마 승부조작이 6년 만에 검찰에 적발됐다. 승부조작에는 경마 기수와 말 관리사 등 경마 관계자뿐만 아니라 사설경마장 운영자, 조직 폭력배, 경마 브로커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경마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불법마주와 대리마주의 존재가 이번 수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22일 ‘경마 승부조작 등 대규모 경마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마사회법 위반으로 1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입건자만 총 39명에 달할 만큼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경마비리 규모는 컸다.

검찰에 따르면 조교사와 기수, 말 관리사 등 경마 관계자들은 사설경마장 운영자, 조직폭력배, 경마브로커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조직적으로 승부를 조작하거나 경마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금품을 받은 기수는 경주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말을 긴장시켜 스타트를 늦추고, 달리는 와중에도 말의 고삐를 뒤로 당겨 진로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제주경마장에서만 6명의 기수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18경기를 조작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불법마주 3명과 대리마주 3명이 처음으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불법마주’란 마주(馬主)로 등록하지 않고 대신 다른 마주 명의로 자신의 말을 등록해 경주에 나가는 이로 마주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대리마주’와 함께 경마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경제적 기준 미달로 마주 등록이 불가능했던 불법마주 K(63) 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말 10필을 다른 마주 명의로 등록하고 과천경마장에서 총 191회 경주에 나서 9억9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대리마주 L(70) 씨와 M(55) 씨는 그 대가로 각각 700만원, 300만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수사팀은 승부조작을 주도한 사설경마장 운영조직, 사설경마 프로그램 공급조직, 경주 동영상 촬영ㆍ공급 조직 등 은밀하게 활동하는 사설경마조직들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사설경마장은 현행법에 따라 불법 경마도박장으로 분류된다. 천안과 대전 일대에서 사설경마장을 운영해온 N(54) 씨는 2010~2011년 승부조작 대가로 기수들에게 28회에 걸쳐 총 1억2050만원을 건네고 로비를 벌여 구속기소됐다.

조직폭력배 O(46) 씨도 승부조작 정보를 이용해 직접 사설경마를 하거나 사설경마를 하는 제3자에게 1억원 상당을 받고 승부조작 정보를 판매해온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경마 관계자와 사설경마조직의 구조적 유착 비리를 밝혀냈다”며 “한국마사회가 ‘공정경마 3.0’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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