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 떠나는 원주민들 ②] 주민들의 분노 “중국인이 한옥 사들여도 막을 수 없다고?”

-중국 자본들 평당 5000만원에도 한옥 사려고 해…법적제한 근거 없어
-프랑스, 성곽ㆍ와이너리 등 전통시설에 대한 외자 접근 제한과 ‘대조’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주민 공동체까지 무너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한옥보존정책이 정작 외국자본의 ‘한옥 사재기’는 막을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어쩔 수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북촌한옥마을 관광객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본 생활권을 침해하는 한옥 보존 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이 떠난 자리를 최근 세계적으로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자본들이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촌 한옥마을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3년전부터 중국인과 함께 (한옥마을인) 가회동이나 익선동에 한옥 매물이 나온 게 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한옥 마을이 조성되고 난 후 인근 집값이 크게 오르며 국내 자본들은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강한 중국계 자본들이 한옥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거래 현황.

주민들에게 한옥을 팔라며 직접적으로 접촉해오는 중국계 자본들도 최근 늘어났다.

이강배(53ㆍ가회동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씨는 “10년 전 평당 600만원 하던 이 일대가 지금은 평당 25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며칠 전에도 평당 3000만~5000만원에 거래할 테니 매물 나온 게 있으면 얘기해 달라는 중국 자본 측의 연락을 받았다”며 “지금 (주민들은) 한번 중국 자본에 한옥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죄다 넘어간다는 생각에 매물이 있어도 없다고 말한다”고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다만 급증한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함과 함께 한옥 보존정책 등 각종 규제들 때문에 한옥을 팔고 나가려는 사람들에겐 중국계 자본들이 부르는 ’높은 값‘은 뿌리칠 수 없는 좋은 제안이란 게 북촌 주민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중국 자본이 한옥을 사들여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국내 토지 거래는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건에 불과하던 중국인의 서울 토지 거래 건수는 지난해 10건으로 늘어났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09년 54건에서 지난해 1080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초기 제주도에 집중되던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가 특히 수도인 서울 지역에서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추세다.

건축 용도ㆍ시설 설치에 제한을 두는 한옥 보존 정책이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주거’를 목적으로 입주했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북촌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지난 달 27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탄원서를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하지만 건축 용도ㆍ시설 설치에 제한을 두는 한옥 보존 정책에 외국 자본의 한옥 매수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한옥을 사들여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는게 맞다”며 “외국인들이 한옥을 사더라도 한옥 외에는 다른 건축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한옥이 그들에게 넘어가더라도 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외국 자본의 전통 시설에 대한 규정이나 제한이 전무한 국내 사정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프랑스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토지ㆍ부동산 매매시 실제 매수자의 국적을 추적해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 문화재에 대한 매매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일본계 자본이 교외 성곽들과 유명 와인농장을 사들인 후 전통 시설 자재들을 통째로 일본으로 반출해 간 일이 발생했는데, 차후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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