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느림’의 콘텐츠 가치

윤시윤이 KBS ‘1박2일’에서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했던 강의가 화제다. 그는 애니메이션 ‘카(Car)’에 자신의 삶을 비유하며 “주인공인 차가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길로 가게 됐다. 구불구불한 그 길은 수백 번을 달린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길이었다”면서 “우리가 모르는 길에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여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중의 하나도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와 지방도, 시골길을 달려보는 것이다. 인생도 일종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인생과 여행은 닮아있다. 고속도로를 조금만 달리다 빠져나와 국도와 지방도를 달려보면 속도는 늦어질 지 몰라도 고속도로로 달릴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나 느껴보지 못했던 감성이 나올 수 있다.

남들이 모두 빨리 가려고 할 때에는 느리게, 또는 다른 코스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중문화에서는 이런 게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방송 속도가 빨라지고, 자막이 정신 없게 올라올 때 천천히 시와 글을 읽어주는 ‘낭독의 발견’은 그자체로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였다.

세상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도시생활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슬로 시티’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건 당연한 추세다. 제천 완도 담양 신안 등에서 슬로 시티로 지정받아놓고, 도시민을 끌어당길만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 아쉬움을 주지만, 도시인의 심신을 안정시켜줄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갖춘 곳들이다. 올림픽공원과 한강난지공원에서 도심형 음악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도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힐링을 선사해주기 위함이다.


TV 토크쇼도 빨라지고 자극적이다. 종편 채널들의 ‘떼 토크’ 영향도 있다. KBS ‘아침마당’ 생생토크에도 무려 12명이 나와 토크대결을 펼친다. 이럴 때 ‘아침마당’은 오히려 출연자를 줄이고 차분하고 담백한 토크쇼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서병기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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