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X 파일]수입차 ‘개소세 포비아’가 불편한 이유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이번에 또 개소세 인하 혜택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분명한 입장을 못 정했습니다”

최근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 관계자의 말 속에서 과거처럼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개별소비세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올해 초 수입차 업체들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개별소비세율 인하 정책이 예정대로 지난해 12월 종료됐다가 올해 2월 ‘6개월간 연장’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수입차 업체들은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일사분란하게 개소세 인하분을 차값에 반영했던 국산차들과 달랐습니다.

1월 구매 차량이 소급적용 대상이라는 정부 발표에 수입차 업체들은 더 미궁에 빠졌습니다. 6개월간 연장이 발표된 2월부터가 아니라 1월부터 계산해서 이달까지였던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1월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개소세 인하분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환급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연장할지 모르고 덜컥 ‘개소세 연장’ 명목의 자체 프로모션을 했던 수입차들은 이중으로 차값을 빼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수입차들이 수입돼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경기도 평택항 전경 [출처=경기평택항만공사]

당시 이들을 더 당혹케 했던 것은 이미 받은 차값에서 개소세 인하분을 빼주게 되면 수입차 업체들이 통관할 때 들이는 가격이 노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서 차값을 책정하는 것과는 완전 다른 차원의 얘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환급을 거부해 ‘베짱장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론에 못 이겨 뒤늦게 환급 결정을 한 업체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은 이달 말 종료되는 개소세 인하에 대해 추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정부 발표만 믿고 순진하게 따랐다가 지난번처럼 홍역을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 얘기만 나와도 민감해하는 이유는 이 같은 ‘학습효과’ 때문일 수 있습니다. 업체들 간 눈치보기도 치열합니다.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개소세를 인하받는 기준은 ‘6월까지 수입된 차량’으로 동일한데, 업체들이 이를 차값에 반영하는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눈치보기 결과일 수 있습니다.

BMW코리아와 한국토요타는 6월 등록된 차량까지만 개소세 인하 혜택을 제공합니다. 사장 간 회의까지 거친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7월에 등록되도 6월 중 통관됐으면 개소세 인하분을 차값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여태 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 하다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하는 시점에서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여론을 의식한 듯 등록(출고) 기준에서 통관 기준으로 변경했습니다. 덕분에 보다 많은 고객들이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 같은 기준을 밝히기까지는 여러차례 내부 확인 과정을 거칠 정도로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개소세 관련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아직 개소세 인하분을 어떤 기준에 맞출지 정하지 못한 수입차 업체들도 있습니다. 모두 개소세 인하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 연장 관련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다소 속시원하지 않은 답만 내놓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비절벽을 우려해 개소세 인하를 연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수증대를 위해 나온 정부의 대책은 예측가능하지 않은 정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으면 그에 따른 결과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됩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소비자들까지 오락가락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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