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도 브렉시트 지지? “EU에 남아야 하는 이유 셋만 대보세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최근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석자에게 유럽연합(EU)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여왕의 속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영국 왕실 전기 작가인 로버트 레이시는 21일 영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올린 <왜 여왕은 브렉시트에 반대해야 하나>(Why the Queen Should Oppose Brexit)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듣자하니 여왕은 최근 저녁 식사에 함께한 이들에게 ‘영국이 유럽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세가지만 대보세요’라고 물었다”고 썼다.

그는 “여왕은 일반적인 토론의 맥락에서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여왕은 단도직입적인 토론을 좋아하고, 이런 종류의 발언을 탁구 치듯 저녁 테이블에서 던진다. 이것은 그녀가 궁금한 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왕실에서는 레이시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한 왕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왕은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며 “질문을 한 것 뿐,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그 질문으로 인해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의혹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영국 일간 ‘더 선’은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Queen backs Brexit)”라는 제목의 머릿기사를 싣고, 여왕이 “EU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왕실은 크게 반발했고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이 보도를 언론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영국 왕실은 공식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오고 있다. 법적으로 투표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왕이 투표를 하는 것은 비헌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럼에도 브렉시트 논란이 격화되면서 여왕의 사소한 발언 하나하나가 그와 관련돼 해석됐다. 지난주에는 “사람들이 가족, 친구, 이웃으로서 공통된 목적으로 한 데 뭉칠 때 많은 이익이 흘러들어온다”고 했던 것이 EU 잔류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편 여왕은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 때에는 “신중하게 투표하라”며 스코틀랜드의 잔류 필요성을 암시한 바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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