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백지’도 ‘확장’도 아닌 ‘김해 신공항’이라 불러다오”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에 따른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여당이 용어 표기를 바꾸면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확장 발표 직후 ‘신공항 백지화’ 표기가 언론을 수놓자 새누리당은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비판이 일자 22일 청와대는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22일 국회에서 신공항 입지와 연관된 5개 시ㆍ도(경남ㆍ경북ㆍ부산ㆍ대구ㆍ울산) 중진의원 간담회를 주재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표현보다 김해 신공항이라고 한다”며 “(김해공항 확장은)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정부를 추켜세웠다.

배경은 이렇다.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해공항 확장이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여러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진 최적의 결론”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 신공항이고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 신공항”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가덕도 신공항 유치 약속을 파기했다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비판을 사과보다는 ‘김해 신공항’론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여당의 말 바꾸기는 용역 결과 발표 이후부터 계속돼왔다. 지상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21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한 직후 ‘신공항 건설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이란 결정은’이란 대목이 포함된 논평을 냈다가 ‘신공항 건설은’으로 표현을 수정했다. 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수정 이유를 밝혔다. 새누리당 측은 이후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를 ‘백지화’라고 표기한 언론사에게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노력은 ‘신공항 백지화’로 현 정부가 입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부산에서 가덕 신공항 유치를 약속한 것은 물론,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하자 “국민과의 약속이라 유감”이며 “앞으로 국민과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이 전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바 있다. ‘신공항 백지화’를 인정하면 박 대통령은 공약 파기와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김해 신공항’ 표기만으로 정치권과 지자체의 부정적인 여론을 타파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당 안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이 왜 최선의 대안이 됐는지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 을)은 “김해 신공항이라 하든 김해공항 확장이라 하든, 김해공항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영남권 허브 공항으로 쓰기는 불가능하다고 우리 정부와 특히 부산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며 “갑자기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니까 부산ㆍ대구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며 사업 결정 경위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김도읍 의원(부산 북 강서 을)도 “과연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피해가 없고 24시간 운항 가능한, 안전한 공항이 가능한가 강한 의구심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활주로를 V자로 만든다는 복안이 언제 나왔는지, (정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용역을 맡겼다면서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이미 가닥 잡고 있었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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