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공사로 토사 유출돼 피해본 어민, 법원 “도로공사ㆍ업체는 배상하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고속도로 공사로 토사가 유출돼 양식업에 피해를 본 어민에게 법원이 공사를 계획한 도로공사와 시공사 측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8부(여미숙 부장판사)는 어민 김모 씨가 한국도로공사와 한신공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측이 A 씨에게 총 4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는 강원도 주문진과 속초를 잇는 총 44.24㎞의 동해고속도로 사업을 계획해 2004년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한신공영은 이중 일부 구간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했다.

근방에서 양식업을 하던 A 씨는 “공사 기간 중 공사장의 흙탕물과 부유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2010년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 때문에 양식장 인근에 하루 최고 223㎜의비가 내렸다”며 “공사현장에서 흙탕물과 부유물이 양식장으로 흘러들어 가리비와 우렁쉥이가 폐사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공사현장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만약 오염물질이 배출됐더라도 양식장까지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한국해양대 환경공학과 연구팀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배출됐고 그 물질이 양식장에 도달했으며 가리비와 우렁쉥이가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봤다.

이어“토사가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증명하거나 다른 원인 때문에 가리비 등이 폐사했다고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도로공사와 건설사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건설사 측이 공사 과정에서 토사 유출을 막으려 노력했고, 갑작스러운 태풍ㆍ호우로 인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로공사와 한신공영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A 씨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결 관계자는 “비슷한 피해를 입고도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소송을 포기하는 어민이 많다”며 “이번 판결이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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