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고 기상청 슈퍼컴…성능은 세계최고의 2%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보유 국가를 매기는 조사에서 중국이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매년 두 차례 발표되는 이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기상청의 ‘미리’(36위)와 ‘누리’(37위)가 최고의 성적을 냈다. 잦은 일기예보 오류로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이런 호성적(?)을 낸 것과 관련,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과학 기술의 초라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세계 500위권 슈퍼컴퓨터 가운데 중국 국적의 시스템은 총 167대로 미국(165대)을 앞섰고 우리나라는 10대가 채 안 됐다.(7대)


지난 20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6 슈퍼컴퓨터 학술대회(ISC 2016)에서 ‘세계 최고’ 타이틀을 거머쥔 슈퍼컴퓨터는 중국 국립병렬컴퓨터공학연구센터가 개발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였다. 선웨이는 지난 3년간 1위를 지키던 중국 국방대학의 텐허2를 제쳤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타이탄은 3위로 밀려났다. 초당 9경3000조번(93페타플롭스)을 연산처리하는 선웨이는 타이탄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빠르다. 당대 최상급 연산처리 능력을 보유하는 슈퍼컴퓨터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리와 누리의 성능은 초당 2.4페타플롭스(PFLOPSㆍ‘초당 부동소수점 연산’을 뜻하며 컴퓨터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로 선웨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핵심부품마저도 모두 미국 제조업체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반면 선웨이는 이전 중국의 슈퍼컴퓨터와는 달리 미국 반도체를 쓰지 않고 중국이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했다.

선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30년 만에 반도체까지 독자적으로 개발된 첫 번째 슈퍼컴퓨터다. 지난 1986년 중국 정부는 ‘863계획’을 수립하고 하이테크연구발전계획을 시행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중국은 인공지능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슈퍼컴퓨터와 음성식별 합성기술 등을 집중 연구했다.

장익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슈퍼컴퓨팅ㆍ빅데이터센터장은 “중국의 슈퍼컴퓨터 투자는 국가기상 관측에서 벗어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로 넘어가고 있는 데 비해 국내의 경우 외국의 좋은 시스템을 사오고 프로그램을 서비스를 하는 측면에만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올 4월에서야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사업단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초고성능 컴퓨팅 사업단’을 설립하고 사업단에 2025년까지 매년 100억 원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 과가 한달 만에 변경됐고, 이로 인해 4월부터 시작하려던 사업단 공모는 7월로 연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이 다소 추상적이었다고 생각해 산학연의 의견을 받아 구체적인 프로젝트 전략을 세우는 단계”라며 “다만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10년 뒤 우리나라의 자체 슈퍼컴퓨터가 개발된다고 해도 성능이 이번 학술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텐허2의 연산처리 능력과 맞먹는 수준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아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