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직업이 배우인 역할 열연…김혜수·전혜빈 스크린 대결

‘직업배우’로 사는 여성들, 그러니까 톱 배우였던 짧은 시간을 지나 보내고 연예인을 직업 삼아 사는 여배우들이 스크린에 나란히 등장한다. ‘굿바이 싱글’에서 푼수 여배우 주연을 연기한 김혜수<왼쪽 사진>와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 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리는 여배우 연이를 연기한 전혜빈이다.

“제가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고독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크게 경험하고 있을 때 만난 시나리오에요. 진심으로 와 닿았고 연기로 잘 전달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사진=굿바이 싱글·우리 연애의 이력 스틸컷]

배우 김혜수(46)는 ‘굿바이 싱글’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굿바이 싱글’은 철없이 나이만 들어버린 주연이 ‘진짜 내 편’을 찾겠다고 나서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극중 주연은 어릴 때부터 배우의 길에 뛰어들어 여태껏 소속사 대표,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의 보호에 둘러싸여 세상 물정 모르고 큰 캐릭터. 자칫 인간 군상 중 ‘특이 케이스’(?)라고 볼 수 있지만 김혜수는 이 캐릭터를 다르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꼭 배우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나이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나이와 정신이 정비례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공감 가는 캐릭터잖아요. 배우의 이야기를 한 영화는 많았지만, 이 영화에선 이 사람의 직업이 그냥 여배우인 거에요.”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는 팩소주를 입에 물고 사는 배우 연이가 등장한다. 데뷔작에서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남기지 못하고 살아온 그는 카메라 공포증까지 겹쳐 답답한 상황이다. 화려한 재기를 꿈꾸지만 실력은 나아지지 않고, 젊은 배우에게 치여 조연으로 주저앉자 자존심은 불타오른다. “이혼했지만 이별하지 않은” 연인과의 시나리오 작업도 꼬여만 간다. 연이를 연기한 전혜빈은 “캐릭터에 공감이 참 많이 갔다”라며 “저도 어릴 때 데뷔를 해서 여러 고비를 많이 넘겼는데, 연이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들이 내 감정과 똑같더라”라고 말했다. 전혜빈은 “늘 불안함 속에서 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삶을 살았던 시간이 꽤 길었다”라며 ‘여배우로 산다는 것의 불안함’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 ‘불편함’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전남편이자 감독인 선재(신민철)와 이혼했지만 한 집에서 같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당당함’과, “이혼했지만 아직 이별을 하지 않았거든요”라는 ‘뻔뻔함’이 마치 ‘예술인들의 쿨함’으로 포장된 점이 그렇다. 영화의 이야기구조상 아이러니한 연인의 상황을 보여주려는 설정일 수 있으나 신선함보다는 기시감이 강하다. 착하디 착한 남주인공이 상처를 지닌 여주인공의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전체 줄거리도 새롭지 않다.

또 최근 드라마 ‘또 오해영’(tvN)에서 ‘예쁜 오해영’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혜빈의 연기도 ‘예쁨을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 만큼 전형적이다. 팩소주를 입에 물고 걸걸한 욕을 써도, 화낼 때도 울 때도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배우의 삶을 줌인(zoom-in) 하려다 결국 남들과 똑같이 배우의 포장된 겉모습만 담아낸 감독의 연출이 아쉬움을 남긴다.

이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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