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부른 변화 ①]폐원으로 끝났던 ‘잔혹사’ 딛고 급성장한 국내 열대과일 재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국내 열대과일 재배 1세대는 대부분 폐원으로 끝맺은 잔혹사를 겪어야 했다. 수입자유화 이후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과거와 달리 최근 열대과일 재배가 급증하고 있다. 색다른 작물에 대한 소비자, 농가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시장성도 생긴데다 농업기술의 발달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열대과일 재배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측면도 있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열대과일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83.7% 증가했다. 열대과일 재배 농가수도 전년보다 51.7%나 늘었다. 지역별로 보자면 제주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역의 비중 역시 높다. 경북 지역의 성장과 대구, 전북, 충북 등 새롭게 열대과일 재배를 시작하는 지역이 많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열대과일 재배 농가의 33%는 제주도에 있었다. 그 뒤를 이어 경북이 20.8%, 경남이 15.2%, 전남이 14.8%를 차지했다. 2014년만 해도 열대과일 재배 실적이 없었던 대구나 전북, 충남, 충북 등에서도 지난해부터 열대과일을 재배하기 시작하는 곳이 생겨났다. 열대과일 재배지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내에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열대과일로는 망고와 패션프루트, 구아바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재배 면적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과일들이다. 신규 열대과일 재배 농가에서도 이 세 종의 과일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망고 재배면적은 32.5ha로 전년보다 27.6%나 늘었다. 패션프루트의 재배면적은 44.4ha로, 전년보다 3.7배나 증가했다.

국내 열대과일 재배는 1990년대만 해도 ‘잔혹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1970년부터 국내에서 파인애플이 재배되기 시작했고, 1985년에는 바나나가 처음 들어왔다. 이 두 작물은 생산량이 매년 증가해 1990년에는 국내 파인애플 생산량이 8691t, 바나나는 2만1770t에 달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WTO가입과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른 수입자유화로 인해 대부분의 농가가 폐원하게 됐다. 제주도 정도에서만 가능했던 생산, 그것도 시설재배가 필요했던 방식으로는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슴 아픈 과거를 딛고 최근 열대 과일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농업기술 발달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기후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제주도 및 경남, 전남 등 남부지방은 이미 아열대기후로 분류될 정도로 기후가 바뀌면서 가온시설이 없어도 열대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예전보다 비용을 덜 들이고도 더 맛있는 작물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열대과일 등 새로운 작물이 농가의 고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열대기후로의 이동은 농가의 선택의 폭도 넓혀주고 있다. 작물의 주요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재배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영암에서 주로 생산됐던 무화과는 2010년대 들어서 충주까지 그 재배지가 올라왔다. 1980년대 전북 내지는 충남 지역에서 많이 났던 복숭아는 2010년대 들어서 파주까지 북상(?)했다. 사과는 대구가 유명 산지였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포천에서도 맛있는 사과가 난다. 제주도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한라봉도 김제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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