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인증 고배’ LGㆍ삼성, 아직 원인 파악 못해…이것이 中 리스크?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중국 정부의 배터리 표준 인증에서 고배를 마신 LG화학과 삼성SDI가 탈락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떨어진 원인을 모르니 대책을 세울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두 회사의 탈락에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든 아니든 결국엔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발(發) 리스크에 우리 기업들이 곤혹을 치르는 모양새다.

23일 LG화학과 삼성SDI에 따르면 두 회사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20일 발표한 제4차 배터리 표준 인증에서 탈락한 이유를 자체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답안지를 쥔 중국 정부가 ‘틀렸다’고만 하고, 오답풀이를 해주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전기차 배터리부문 세계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두 글로벌 기업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각종 설(說)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두 회사의 중국 현지 공장 운영 기간이 1년이 안 된 것이 탈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내로라 하는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가 제품 안정성이나 기술력 등 다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LG화학과 삼성SDI는 공장 운영 기간 문제 역시 여러가지 가능성 중 하나의 추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던 산업통상자원부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중국 내 공장 운영 기간 미달’이 실제 탈락 사유라면 LG화학과 삼성SDI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0월에 중국 내 공장을 준공한 두 회사가 이같은 조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굳이 탈락이 뻔한 인증을 신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인증 과정이나 보조금 정책에 있어 분명하고 투명하한 기준을 제시했다면 이같은 혼란이나 각종 해석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두 업체의 인증 탈락이 중국 정부의 몽니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길도 여전하다.

올해 1월 중국 정부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LG화학과 삼성SDI 측은 그러나 “안전성이 논란이 된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이번 모범규준 인증은 양질의 제조업체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며 “인증 탈락이 중국 정부의 견제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인증 재도전 의사를 밝힌 두 회사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중국에 난립한 업체들이 정리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사업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두 회사의 표정관리를 두고 ‘인증 탈락의 의미를 최소화하고, 낙관적 전망을 통해 실망한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두 회사 입장에서는 설령 억울한 게 있어도 겉으로 내놓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것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인증에 탈락한 회사들에게 그 이유를 귀띔해 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LG화학과 삼성SDI 측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뇌관’이 될 모범규준 인증과 보조금 지급의 연계 시기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언제부터 시작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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