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 집착하다…고도에 놀란 외교·안보 당국

북한이 ‘화성-10’(무수단)을 6번째로 발사한 지난 22일 국방부는 하루 종일 분주하고 신중했다. 직전 5번째 발사 때는 30분도 안돼 150㎞비행에 그쳤다며 “실패”라고 발표했던 국방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400㎞를 날아간 6번째 발사에 대해선 “정밀 분석 중”이란 답만 되풀이했다. 최대사거리(4000㎞)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쳤다는 점에서 앞선 5번의 실패와 별반 차이가 없다.

국방부를 혼란에 빠뜨린 건 사거리가 아니라 고도였다. 국방부는 최대고도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 군의 탐지자산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군은 2014년 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당시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동미사일 최고고도가 160㎞라고 먼저 공개한 바 있다.

결국 일본 언론을 통해 최고고도가 1000㎞로 알려졌고 우리 군도 이를 인정했다. 400㎞라는 사거리보다 1000㎞라는 최고고도가 더 주목을 받은 건 북한이 앞서 2개월 남짓 짧은 기간 6번이나 무수단 미사일을 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핵심 근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각각 최대 사거리 900㎞와 1300㎞인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동해상으로 600㎞가량 발사한 바 있다. 고작 400㎞를 날려보내려 무수단 미사일을 쏠 이유는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핵무기 3대 요소(핵분열성물질ㆍ기폭장치ㆍ운반체계) 가운데 북한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운반체계를 시험하기 위해 무수단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수단일 뿐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광명성4호’를 발사했지만 한ㆍ미 군 당국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ICBM에 실려 외기권으로 나갔던 탄두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열과 고압, 진동 등이 발생한다. 북한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보유국을 주장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갖추려면 핵실험 못지 않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포함한 핵탄두폭발시험이 필수적인 것이다. 북한은 23일 언론매체를 통해 화성-10 발사 성공을 선언하며 “우리식 탄도로케트의 (대기권) 재돌입구간에서의 전투부 열견딤특성과 비행안정성도 검증됐다”고 밝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보유했음을 시사했다. 만약 북한이 공중폭발까지 성공, 핵탄두폭발시험까지 완성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물론 이는 꽤 유력하지만 여전히 하나의 예측이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은 밝히면서도 명확하게 그 목적을 꺼내놓지는 않았다. 또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하루에 두 차례나 쏘아올리면서까지 무수단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를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의 지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소한 2번째 발사 실패 이후부터는 북한의 전략과 노림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했다”면서 당국의 안이한 판단에 아쉬움을 남겼다.

김우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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