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판 위축시킬 목적의 ‘전략적 봉쇄소송’제한해야

권력과 힘을 가진 조직이나 공인이 자신들의 잘못을 비판한 언론, 시민단체,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피소된 쪽은 심리적 경제적으로 위축된다. 이런 소송전으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줄어들며 표현의 자유는 침해된다. 이를 ‘전략적 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SLAPP)’, 슬랩소송이라고 한다. 승소보다는 비판을 제기한 상대를 위축시키는 것이 목적인 일종의 겁주기 소송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그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전략적 소송을 줄이거나 막기위한 조치마련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작은 시민단체나 개인이 국가나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나 다름없다. 소위 ‘甲’들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해도, 권력과 재력을 갖고 있는 거대한 조직은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소송 카드를 꺼내들 경우 개인은 더욱 어려운 싸움으로 몰린다. 승소여부를 떠나 소송과정에서 비판의지가 꺾인다. 언론보도를 문제삼아 소송전을 벌였다가 패해 소송비용을 물어줬던 정치인도 있었다. 그러나 소송진행 기간 동안 동일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가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소비자의 문제제기를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걸어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대기업도 적지 않았다. 일본에선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했다가 손배소를 당했던 시민이 ‘반대운동을 억누르려는 부당한 소송’이라며 도리어 손해배상을 요구해 승소한 경우도 있었다. 외국에서는도 글로벌 기업의 자연파괴행위를 비난하던 환경단체들을 상대로 기업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슬랩소송을 막는 법률적 장치를 마련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2년 민사소송법 425.16조를 제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내에서 이뤄진 행위로 인해 소송을 당했을때 특별신청을 할 경우 법원이 이를 각하하도록 한 것이다. 스웨덴은 슬랩소송을 스웨덴 헌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법원에 불필요한 업무만 누적시키는 전략적 봉쇄소송은 그래서 적절한 규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 제기의 요건을 강화하거나, 조기각하나 약식판결 등 사법적인 장치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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