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선주사 시스팬, 한진해운 흔드는 이유는?

-한진해운과 용선료 협상에 우위 점하려는 언론플레이 성격

-뉴욕 증시 상장사로 투자자들 입장 반영한 강도높은 발언 일삼아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수행중인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중 한진해운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대는 캐나다의 컨테이너 선주인 시스팬이다. 이 회사는 컨테이너 선사로는 드물게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투자자들을 의식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23일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시스팬은 선복량 기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사다. 6월 기준, 시스팬은 104척의 선박을 운영중이며 선복량 규모만 78만3563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7.3%다. 그중 시스팬은 한진해운에 7척의 배를 빌려준 상태로, 한진해운 입장에서 용선료 협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사다. 

게리 왕 시스팬 회장

시스팬의 최고경영자인 게리 왕 회장의 공개 발언에 한진해운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최초로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 사실을 폭로한데 이어 최근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면담 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용선료를 낮추느니 차라리 배를 회수하겠다”는 강도높은 발언을 하는 등 연일 한진해운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해운업에 대한 지원과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당위론까지 꺼냈다. 22일 해운전문 외신인 스플래시에 따르면 게리 왕은 “한진해운은 단기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멀쩡하게 잘 운영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진해운 사태는 단순히 해운 산업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과 준법국가라는 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내가 한국 정부라면 한진해운 뒤에 단호히 버티고 서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나서 한진해운 사태를 책임지고 풀라고 압박한 셈이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그동안 게리 왕의 발언에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였지만,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은 물론 한국정부 책임론까지 꺼내자 업계에선 과한 행동이라는 평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한진해운의 목줄을 잡고 있는 최대 용선주라고 하지만, 아직 협상이 성사되고 출자전환 이후 주주로 올라선 상황도 아닌데, 대주주 사재출연까지 거론하는건 과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게리 왕의 발언들은 한진해운과의 용선료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고도의 협상 전략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협상을 깰 수 있다는 초강수로 한진을 거세게 압박하는 전략으로, 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스팬이라는 회사의 특성보다는 게리 왕 회장의 튀는 성격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게리 왕은 업계에서 유명한 솔직한 성격으로 때때로 민감한 발언도 쏟아낸다. 지난해엔 중국 은행의 뱅크론이 한국과 일본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한진해운 건도 평소 튀는 성격과 고도의 언론플레이가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컨테이너 선사로는 드물게 뉴욕증시에 상장된 회사로, 투자자들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컨테이너 선사는 시스팬과 그리스의 다나오스사 정도다. 해운전문지 트레이드 윈즈에 따르면, 시스팬은 500만주 이상 주식을 발행한 공개 기업으로, 지난달에는 A등급 주식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게리 왕 회장은 공개적으로 시스팬의 용선료 연체 여부를 공개하고 한진해운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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