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취업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최근 한국의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채용포털 파인드잡과 함께 20세 이상 구직자 12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 구직자(680명)의 31.2%는 스펙이 부족해서 취업이 힘들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가 한국에서 실시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곳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온 대졸자라도 사실 직장이 원하는 ‘스펙’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스펙’이란 단순 학력이 아닌 자격증과 기술을 포함한 각종 실무능력을 말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막상 직장에 들어가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큰 쓸모가 없고 대부분의 업무를 새로 배워 익혀야 한다.학력이 좋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취업자는 업무 시작과 동시에 당황하게 된다. 결국 “아 나는 스펙이 부족하구나”, “일을잘못 골랐나?”하며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원하는 기업의 채용공고가 적다는 말은 그 기업이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이거나 사실상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적어서란 말은 취업공고가 나온 곳이 맘에 안든다는 말이며 눈높이가 높아서란 말은 어지간한 직장은 성에 안찬다는 뜻이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안준다는 말일 것이다. 결국 이런 저런 조건을 충족하는 직장은 한정돼 있고 여기서 멀어진 구직자들은 ‘취업이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된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매년 학업을 이어가는(학사에서 석사, 석사에서 박사)잠재적 구직자가 많은데 이는 학력과 스펙이 높아질 수록 눈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실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한국과 달리 연령이 맞지 않아 취업을 못하는 비율은 적다. 중장년의 경우 재취업에 있어 절대적 조건인 ‘채용시장에 맞는 눈높이 조절’이 어렵다. 예를 들어 직업을 잃기전 한달에 세금공제하고 7000~8000달러를 받던 가장이 있다고 하자. 버는 만큼 쓰게 마련이다. 자식이 커갈 수록 나이가 들어갈 수록 돈들어갈 데는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이 가장에게 매달 3000~4000달러를 주는 직장에 재취업할 기회가 생겼다면? 대부분 우선 취업부터 해야지 하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거기 보다는 좀 더 주는 곳”을 찾는 사람이 8할 이상 될 것이라 장담한다. 왜? 씀씀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내 몸에 걸치는 것은 줄여도, 애 학원비나 대학 학비, 의료비, 모기지, 차 페이먼트 등은 줄이기 쉽지 않다.

맞벌이거나 배우자가 이해심이 깊다면 함께 고난을 해쳐나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주변 커플 대부분은 경제난과 함께 애정도 식기 마련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헛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자의 마지막 보루인 ‘자존심’ 도 문제다. 고개 숙이고, 적게 받아가며 그렇게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취업한테 묻고 싶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취업을 해도 고민 안해도 고민이요, 돈을 적게 받아도 걱정, 많이 받아도 걱정이다.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돈을 벌어야 겠다만 한숨부터 나오는게 요즘 구직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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