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롯데총수일가 해외 비자금 혐의입증 속도낸다

수백억대 탈세등 연루 의혹
롯데케미칼 前상무 첫 구속
면세점입점 로비수사도 진척
신영자 이사장 조만간 소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총수 일가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정조준하고 관련 혐의 입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부장 조재빈ㆍ손영배)은 롯데케미칼의 법인세 등 수백억대 탈세에 가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으로 이 회사의 전 재무파트 상무였던 김모 씨를 구속했다. 지난 10일 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에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한 이후 회사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3년까지 재무 업무를 담당해왔고 롯데케미칼의 수백억원대 조세포탈에 깊이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퇴사 이후 관련 문서를 갖고 나와 자택에 보관하다가 검찰이 압수수색 등 롯데 수사를 본격화하자 해당 문서를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김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검찰은 조사 중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 그를 긴급체포한 바 있다.

김 씨 구속을 기점으로 해외 비자금 수사 관련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거래 대금을 부풀린 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정상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원료 수입 과정에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수입 중개업체 A사 대표를 최근 여러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관계자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A사 대표는 “원료 수입 업무는 A사가 다 한 것이고 일본 롯데물산에서는 한 일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 측이 추가로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한 이후 일본 사법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할지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수사팀은 전날 오전 롯데홈쇼핑 대외협력본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홈쇼핑방송 재승인 과정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초 감사원으로부터 롯데홈쇼핑이 케이블채널 사업권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수사 의뢰를 받고 내사를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 등 부처 공무원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는지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또 롯데홈쇼핑은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Luckypai)의 인수 과정에서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0년 페이퍼컴퍼니인 LHSC사를 세워 럭키파이를 인수하는데 1900억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고가 인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수사팀은 롯데홈쇼핑이 재승인과 럭키파이 인수 과정에서 총수 일가를 위한 비자금 조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도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실제 운영하는) B사 대표 L모(구속) 씨 진술에 상당히 진전 있었다”며 “추가적인 주변조사를 거쳐야 신 이사장의 소환 일정이 잡힐 것 같다”고 했다.

양대근ㆍ김현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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