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1공수여단 행진은 “광주정신 비하” vs “순수 호국 행사”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제11공수여단의 광주 시가지 행진을 사이에 둔 정치권의 공방전이 뜨겁다. 제11공수여단은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유혈 진압한 부대다. 야권은 이에 따라 “제11공수여단을 광주 시가지에 투입하려 한 것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비하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제11공수여단도 한국군이지, 일본군 아니다”라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호국행사가 야당의 정치 공세로 취소됐다”고 맞섰다. 행사 자체는 논란 끝에 취소됐지만, 여야의 논쟁은 행사를 기획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결의로까지 이어지며 일파만파 커지는 형국이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제11공수여단의 부대마크.

野 “광주정신 우롱 말라, 박승춘 반드시 해임해야”=박완주 더불어민주당ㆍ김관영 국민의당ㆍ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박 보훈처장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잔인하게 유혈 진압한 제11공수여단을 올해 6ㆍ25전쟁 기념 광주 시가지 행진에 투입하는 행사를 기획ㆍ추진했다”며 “계엄군에 맞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목숨으로 수호한 광주시민을 우롱하고,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비하하는 국민 모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박 처장이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박 처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 공개 찬양과 박근혜 후보 지지 행적을 지적했다.

“(박 처장은) 지난 대선 때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됐고, 2011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기도 했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공직자의 기본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해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앞서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21일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시민을 학살하고 집단 발포를 한 제11공수여단이 군사 행진에 참여하는 것은 광주시민과 5·18을 능멸하는 처사”라며 ““번 행사를 진행한 보훈처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사고에 분노한다. 시는 정치권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與 “제11공수여단은 국군 아니냐”=반면 정부와 여당은 제11공수여단의 광주 시가지 행진은 호국보훈 행사의 일환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야 3당이 박 처장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제출한 데 대해 “호남 패권 경쟁일 뿐”이라며 “정치권 상생을 바라는 민의를 따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 3당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광주지역 호국보훈퍼레이드’가 5ㆍ18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 제출했다”며 “20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을 목적으로 한 야야협치, 야야소통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무색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야 3당의 정치적 주장으로 광주시와 지역단체는 ‘광주지역 호국보훈퍼레이드에 군부대가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고, 결국 광주지역 행사는 취소됐다”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호국행사의 취지를 정치적 공세로 덮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특히 “올해 행사는 지난 4월 5일부터 2달 이상 광주시청과 지역 향토사단 등 관계기관의 협조하에 계획ㆍ준비된 것”이라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순수한 호국행사로 5ㆍ18 민주화 운동 가치 훼손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박 처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것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야 3당의 과열경쟁, 호남패권경쟁의 일면”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린 글에서 “1980년 제11공수여단이 어떻게 2016년 제11공수여단과 똑같느냐”고 반문하며 “5ㆍ18은 민주화 운동으로 국가에서 인정했는데, 왜 한국 군대의 퍼레이드를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제11공수여단도 한국을 지키는 군대이며, 일본 군대가 아닌데 왜 군대에도 연좌제를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하 의원은 이에 따라 “오히려 광주시민들이 제11공수여단을 지금은 우리를 지켜주는 대한민국 군대로 환영했다면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며 “(야권은) 한국군의 광주 시가지 행진을 거부함으로써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국가보훈처와 별 차이가 없는 존재가 됐다. 말로만 국민통합을 떠드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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