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미래①]2020년 ‘잔돈’이 사라진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2020년 6월 24일 한 대형마트. 계산대에 선 점원이 고객에게 묻는다. “잔돈은 마트 포인트로 적립하시겠어요? 아니면 페이 머니로 전환해드릴까요?” 고객은 지갑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통신사 앱을 켠다. “통신요금으로 전환해주세요.”

돈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돈=현금’이라는 오랜 공식이 깨지고 전자 화폐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차세대 통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인터넷ㆍ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이 아닌 지급수단에 의한 결제금액은 하루 평균 347조8000억원으로 2014년(314조3000억원)에 비해 10.7% 증가했다.

올해 정부 예산(386조7000억원)에 맞먹는 금액이 매일 비현금 수단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는 인터넷과 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계좌이체가 하루 평균 323조1000억원으로 12.1% 급증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카드 결제도 1년 전에 비해 8.8% 늘어났다.

반면 어음, 수표의 결제규모는 하루 평균 22조8000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현금을 제치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지급수단으로 선택됐다.

이용건수 기준으로 신용카드의 비중은 39.7%로, 부동의 1위였던 현금(36.0%)을 2위로 밀어냈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와 사이버머니 사용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거래 규모는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넘어섰고, 중국에서는 올해 춘절 기간 텐센트,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들의 주도로 ‘홍바오’(세뱃돈)를 앱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처럼 화폐 패러다임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통화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한국조폐공사는 24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지불수단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한은은 핀테크 시대에 진화하는 지급결제의 개념을 설명하고 2020년 ‘동전없는 사회’ 전환을 위한 준비작업을 일부 소개했다.

한은은 올해 연말까지 2단계에 걸쳐 동전없는 사회 추진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7월까지 물품을 구매하고 남은 잔돈을 선불식 교통카드 잔액으로 충전하거나 계좌로 바로 송금하는 시범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다.

편의점, 마트, 약국 등 동전이 자주 사용되는 상점에 단말기를 설치해 시범테스트에도 나선다.

밴사, 가맹점과 세부내용을 조율하는 대로 비공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통신사, 유통사와 연계한 시범모델도 구상할 계획이다. 잔돈을 통신사 포인트나, 유통사ㆍ마트의 마일리지로 적립해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갈수록 이용이 확대되고 있는 ‘페이’(간편결제서비스)와의 연계도 고려 중이다.

김정혁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물품 구매 잔액을 페이 앱에 적립 가능한 지 검토 중”이라면서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율 문제, 수수료 등의 문제가 있어 유관기관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에 동전없는 사회 실무그룹(W/G)을 확대해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결제를 담당하는 시중은행은 물론, ITㆍ핀테크 업체, 유통사, 통신사, 페이 운영사 등 다양한 유관기관들을 참여시켜 한은이 구상한 아이디어들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에 대해서는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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