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총 D-1] 의결권 놓고 신경전…신동주 애타게 하는 ‘종업원 지주회’가 뭐길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간 표대결은 종업원 지주회의 결정에 따라 향방이 정해지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 지주회가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표대결에서도 종업원 지주회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고, 당시는 신동빈 회장을 선택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지주회는 국내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모임이다. 단,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종업원 지주회는 롯데에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의 직원이면 소속 자격이 생긴다. 자격 요건을 갖춘 직원이 가입을 희망하면 기존 회원들의 찬, 반 의견을 모아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지주회에 소속되면 일반주 성격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게 된다. 의결권도 있는 지분이지만 이를 개인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다. 의결권은 종업원 지주회 대표인 이사장 1명이 행사한다.

국내의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근로복지기본법과 상법에 따라 의결권 행사와 배정이 결정된다. 조합장이 각 조합원에게 의견을 물어 그 비율대로 찬, 반 의사를 위임받아 투표를 하는 식이다.

이와 달리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지주회는 법적 근거를 두고 설립된 것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내규를 마련해 도입한 것이다. 의결권 행사도 이사장이 전체 구성원의 의견 비율대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27.8%의 의결권 지분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방식이다. 종업원 지주회는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의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됐지만, 주총 안건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장에게 단독 위임하게 돼 있다.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는 지주회 이사장 한 명만 내 편으로 만들면 27.8%의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이 지난 2월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 상당의 보상을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안까지 내놨지만 신동빈 회장에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임 지주회 이사장은 ‘신격호 사람’이었지만, 현재 이사장은 ‘신동빈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수차례 표대결에 나섰던 신동주 회장은 불리한 위치에 서자, 24일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종업원 지주회의 불합리한 의결권 행사 방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동주 회장이 이끄는 SDJ코퍼레이션은 “(종업원 지주회의) 의결권은 이사장이 단독으로 위임받아 행사하게 돼있고, 이마저도 이사장이 경영진측 대리인에게 위임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진이 종업원 지주회의 의결권을 행사해온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 선임도 130명의 회원들의 의사에 따른 선임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단독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회원 의사와는 관계없이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에게 협조적인 이사가 선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사회 개별 이사들은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지주회원들의 의사 보다 경영진의 이익을 지키는 것에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는 회원들의 주주권 행사가 근본적으로 차단된 형태”라며 “경영진이 아무리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눈과 귀를 막고, 강압하려고 해도 자신들의 비리와 불법적인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현 이사진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신동주 회장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지난 3월 주총까지 종업원 지주회에 우호적인 안을 내놓으면서 이 지분을 확보하려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 동안 두 차례의 표대결에서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던 신동주 회장이 방법을 바꿔 지주회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만큼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의 경영권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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