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의 날]투표도, 투표소도 혼란 그 자체…신사의 나라 英, 분열에 시름했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르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는 23일(현지시간) 혼란 속에서 치러졌다. 이날 런던 등 남동부에서는 비바람과 번개 등 악천후로, 잉글랜드 북부의 웨스트요크셔 주 허더스필드에서는 흉기사건으로 투표소들이 폐쇄되는 등 소동이 있었다. 투표소에 전시된 깃발들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24일 새벽 3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전 11시) 현재 총 382개 개표센터 가운데 151개 센터의 개표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잔류와 탈퇴가 각각 49%, 51%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한국 시간 10시 30분 께 잔류와 탈퇴가 각각 51.1%, 48.9%였던 것이 10분 뒤에는 잔류가 50.6%, 잔류가 49.4%로 집계되는 등 대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잔류→탈퇴→잔류’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소에 전시된 깃발과 장식들이 브렉시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한 영국민이 올린 사진 / [사진=Carly Minsky 트위터]

투표결과만 혼전을 거듭한 것은 아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장식들은 잔류파와 이탈파로 분열한 영국민들의 민심을 노정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반쪽으로 완전히 갈라선 것이다.

런던의 펄머스 그린 투표소는 잉글랜드의 깃발을 천장에 전시했다가 “EU 이탈을 고민하고 있는 영국민을 노린 도그 휘슬(dog whistleㆍ직접적인 메세지는 아니지만 특정 집단이나 사람을 노린 정치적 메세지) 정치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EDL)을 연상시킨다는 항의도 빗발쳤다.

헤로우의 한 투표소도 영국 국기와 영국 역사를 홍보하는 책, 영국 왕실을 홍보하는 슬로건 등을 설치했다가 “이탈파들의 슬로건인‘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를 연상케 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반면, 메이필드의 한 투표소는 거대한 전광판을 설치해 유로 2016 경기를 중계했다가 “브렉시트 반대표를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당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의 장식들이 “선거관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소 운영위원회에 장식들을 모두 떼버릴 것을 권고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투표가 한창 이뤄지던 이날 웨스트요크셔 주 허더스필드의 한 투표소 앞에서는 투표마감을 1시간 정도 앞두고 한 10대 남성이 칼에 찔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로 인해 투표소가 잠시 폐쇄됐다. 웨스트요크셔 경찰당국은 사건이 국민투표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투표소 앞은 한동안 떠들썩했다.

영국 남동부에는 22일 밤부터 23일 아침까지 46㎜의 많은 비가 내렸다. 데번 웨이의 투표소는 물에 잠겨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킹스턴 의회는 시민들을 인근 후크 센터 투표소로 유도해야 했다. 신호등이 고장나고 일부 지하철 역 구간이 폐쇄돼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편, 홍수와 각종 소동도 영국민들의 투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BBC방송은 이날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24일 오전 7시 30분) 기준 집계가 완료된 지역의 투표율이 7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폭우가 쏟아진 지역 중 하나인 영국령 지브롤터의 투표율은 8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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