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양성평등, 이제 제도를 넘어 문화로

최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통계 가운데 한 가지가 ‘육아휴직자 수’다. 지난해 총 8만7339명이 사용해 2012년보다 3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다. 2012년 1790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2.8%에 불과하던 남성육아휴직자는 지난해 4872명, 전체 5.6%로 크게 늘었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지난 2014년 10월 ‘아빠의 달’을 도입한 덕분이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고정된 성 역할을 탈피해 ‘육아하는 아빠’가 늘고 있다. 일ㆍ가정 양립과 더불어 양성평등의 진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통계수치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4년차, 그동안 차근차근 추진한 법ㆍ제도 개선은 어느새 우리사회에 안착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여성지위 관련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 온 대표성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목표제를 수립해 시행한 결과 정부위원회 여성참여율이 역대 최고치(2015년 말 기준 34.5%)를 기록하고, 공직 내 4급 이상 여성공무원(12%), 여성 교장ㆍ교감 비율(34.2%) 등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강화해 민간기업의 여성관리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 여성 인재를 발굴해 등록한 ‘여성인재데이터베이스(DB)‘가 내년이면 당초 목표대로 10만명에 이를 전망이어서 이를 활용한 사회 각 분야 고위직 진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 ‘성별영향분석평가’의 확대 추진을 통해 어느 한쪽 성에 불리한 정책이나 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발굴ㆍ개선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양성평등한 대한민국’은 머지않은 것일까. 몇년 전부터 상대 성에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비하하는 표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최근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성별 대립구도가 표면화된 것은 안타깝고 걱정스런 현상이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크게 아쉽다. 진정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에 더해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와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가 지난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여성폭력 예방 및 양성평등한 사회환경 조성 대책’에도 국민 일상 속에서, 또 인식 속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고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과거 여성정책의 근간이 된 ‘여성발전기본법’이 뒤쳐진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오는 7월1일로 시행 1년을 맞는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의 조화로운 참여와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이 같은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통해 대한민국은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란 누군가 앞장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녀 국민 모두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강한 책임감과 실천의식이 필요하다. 생활 속 작은 실천부터, 사소한 말 한 마디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함께 꼭 기억했으면 한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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