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원리더’ 신동빈] 회유했다 부정했다…신동주의 종업원 지주회 구애사(史)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이쯤되면 애증의 관계를 넘어 악연이라 할 만 하지 않을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 벌써 세 번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가 없으면 누구도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없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 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파격적인 회유안부터 실체 부인, 지주회 특유의 의결권 구조에 대한 비판까지 신 전 부회장의 구애사(史)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5억원씩 배분…파격적인 보상안 = 지난해 8월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1차 표대결에서 패했던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지주회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지주회 회원 130명에게 1인당 25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해주겠다는 안을 내놨다. 종업원 지주회의 주식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고, 의결권도 하나로 모아서 행사해야 한다. 롯데를 퇴직하게 되면 그때 내놓고 나가야 하는 지분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의 모습

이를 감안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에게 주식을 넘겨주면 액면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입한 후 지주회 회원 한 명당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1000주를 재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홀딩스는 상장하게 된다면 주당 가격이 2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던 터였다. 결국 종업원 지주회 회원 1인당 25억원 상당의 보상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같은 파격 제안에도 불구하고 신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2차 표대결에서 신 회장에게 또 패했다.

▶“실권 없다” 실체 부인하기도 = 지난 4월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종업원 지주회의 법적 실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 무효 소송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 지주회는 사내유보이익의 추가과세를 피하고, 일본 야구단 운영요건에 맞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일 뿐”이라며 “종업원 지주회에는 실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측 법률대리인은 종업원 지주회는 지난해까지는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없고, 실질적인 주주라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 당시 담당 변호사 “종업원 지주회의 모든 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종업원 지주회의 성격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종업원 지주회의 지분은 의결권을 하나로 모아서 행사하고, 사실상 대표인 이사장의 의중대로 결정된다. 이 같은 성격은 법적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편의상 제정한 내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이 알려지면서 종업원 지주회 지분이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차명 지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의결권 행사 구조 불합리” 막판에는 비판까지 = 주총을 하루 앞 둔 지난 24일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종업원 지주회의 의결권 구조는 사실상 경영진이 주주권을 행사해온 것”이라며 비판하기까지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회의 의사결정은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2명, 간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단독으로 결정되고, 이사장이 이 결정을 단독으로 위임받아 행사하게 됐다”며 “이마저도 지주회 이사장이 경영진 측 대리인에게 위임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진이 의결권을 행사해온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회 이사 선임도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에 협조적인 이사가 선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종업원 지주회 이사들은 경영진의 이익을 지키는 것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조합원 각자의 의견이 조합장을 통해 의결권 비례배분으로 반영되는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달리, 종업원 지주회는 회원들의 주주권 행사가 근본적으로 차단된 형태”라며 불합리한 의결권 행사 방식은 타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보도자료가 나온데 대해 신 전 부회장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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