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승리… 영국이 택한 것은 독립인가, 고립인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국 국민들은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택했다. EU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외쳤지만, 따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나의 유럽’을 향한 실험에도 커다란 생채기가 났다.

개표 결과 브렉시트 진영이 최종 승리한 것으로 나타난 24일 브렉시트에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들은 영국이 비로소 EU로부터 벗어나 주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이끌어온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24일은 영국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 했던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브렉시트 진영은 영국이 EU에 속해 있음으로써 받게 되는 제약들을 못마땅해 했다. 대표적인 것이 분담금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이 낸 분담금은 129억 파운드(22조2600억 원), 1인당 약 200 파운드(34만5000 원)다. EU는 회원국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다양한 형식으로 각국의 여러 분야에 배분하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영국은 EU에서 받는 돈보다 내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EU에 내서 그리스 같은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하느니, 이를 돌려 복지에 쓰는 게 낫다는 것이 탈퇴파의 주장이다.

이밖에 이민 문제를 비롯해 EU의 각종 규제들에 얽매이는 것도 불만이었다. 대영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노년층일수록 영국이 주권을 잃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올해 초까지 어떻게든 EU내에서 영국의 자율권을 얻어보려고 협상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독립이 아닌 고립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언급하며 “처칠은 영국이 고립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 싸우길 바랐다”고 연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브렉시트는 자해 행위”라며 “이웃에 등을 돌리고, 고립에 빠져드는 것은 EU와 영국이 유럽 가치를 대표해 해온 모든 것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 역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영국이 스스로를 고립시켜 EU 변방의 교역소, 중재 장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립을 경고하는 이들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음으로써 누렸던 여러 혜택을 상실할 것이라 주장한다. 5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단일 시장에서 자유롭게 교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EU는 영국 수출의 44%를 차지한다. 일자리 300만개가 EU 교역과 연관돼 있다.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이런 혜택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EU 국가들이 보복성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영국은 고립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영국의 독립성을 일부 EU에게 양보하고 경제적 안정을 취하려는 노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고립을 자처하려는 것이 영국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신고립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주자가 됐고, 유럽에서도 체코, 덴마크 등이 제 2의 브렉시트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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