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英…브렉시트에 무너진 세계

[헤럴드경제=한석희ㆍ김성훈 기자] 영국이 끝내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43년만에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하면서 영국은 물론 EU, 더 나아가 세계질서 지형에도 대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영국의 EU 탈퇴는 ‘하나의 유럽’에 회의적이었던 체코 등 다른 국가의 EU 탈퇴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럽’이 사실상 와해되면서 EU 체제의 근간을 이뤘던 자유무역경제를 통해 이뤄졌던 세계경제의 현 체제에도 이상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英, 독립의 새벽이 밝았다”… EU 어디로 가나?=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은 탈퇴에 손을 들었다. 70%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날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51.8%로 잔류(48.2%)를 3%포인트 가량 앞섰다. 당초 국민투표 직후 공개된 두 개의 여론조사에선 잔류가 2~3%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막상 뚜껑은 열어본 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을 이끌었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탈퇴 승리 소식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독립한 영국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꿈을 감히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만에 EU와 결별하게 됐다. 특히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을 맞게돼 회원국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하나의 유럽’을 기치로 내세웠던 EU 체제가 급속히 와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EU가 그간 역내 자유로운 통행을 골자로 한 솅겐조약과 자유무역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영국의 EU 탈퇴는 EU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영국민들이 EU 지도자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EU 탈퇴를 선택함으로써 EU 지도자들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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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이탈 불가피…‘하나의 유럽’ 깨지나= 무엇보다 영국의 EU 탈퇴로 ‘하나의 유럽’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EU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EU 탈퇴로 도미노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덴마크, 체코 등에선 민족주의ㆍ극우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는 영국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르펜은 특히 유로화 사용과 EU 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을 비판하며 “프랑스는 영국보다 EU를 떠날 이유가 천 개는 더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낸 오성운동(M5S) 진영도 유로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성운동 진영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인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대표는 22일 토크쇼에 출연해 “오늘날 존재하는 유로존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제2의 유로존이나 대체 통화와 같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덴마크와 체코의 EU 탈퇴에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존에 편입되지 않은 채 EU에 회의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고, 민족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체코에서도 EU 탈퇴 논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영국이 EU를 떠날 경우 체코에서도 수년 뒤 EU를 떠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영제국에서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쪼개지나= 영국에 붙었던 ‘대영제국’이라는 문패도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사실 영국 전체 면적의 53%에 불과하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선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독립을 놓고 주민투표를 다시 벌일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실상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수백년에 걸친 통합의 역사를 되돌리게 됨에 따라 영국사회는 격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친 격변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이미 독립 열망을 표출한 바 있다. 2014년 9월 독립 주민투표를 치렀다. 결과는 반대 55%, 찬성 45%로 부결됐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향한 의지를 접지 않았다. 자치정부를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지난 달 스코틀랜드 의회선거를 앞두고 ’조건부‘ 독립 재투표를 공약했다. “2014년 상황에서 중대한 변화, 예컨대 우리의 의지와 반대로 EU에서 떠나게 된다면 스코틀랜드 의회는 제2의 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할 권리가 있다”고 적시했다. 스코틀랜드에선 EU 잔류가 우위로 나왔는데도 전체 결과는 EU 탈퇴로 나오는 것을 독립 재투표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독립 재투표 불씨를 지핀 SNP는 선거에서 제1당 유지에 성공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앞서 “지금 해야 할 올바른 일은 (영국독립당 대표) 나이절 파라지의 ‘리틀 잉글랜드’ 옵션을 택하지 말고 EU 내 강한 영국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EU에서 떠난다면 나는 두 번째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걱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이 EU와 탈퇴 협상을 벌일 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를 “협상 반대편”에 놓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은 지난 3월 EU 탈퇴시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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