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하루 한 번’ 기차서 성범죄 일어났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안전과 편리함의 대명사인 열차에서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늘어나는 범죄 규모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로부터 제출받은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절도, 폭력, 성폭력, 철도안전범죄 등 철도형사 사건이 6814건 발생했다.

이중 절도범죄가 17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범죄가 그 뒤를 이었다(1499건). 폭력사건은 1036건, 철도안전 범죄도 720건에 달했다. 특히 성범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1년 159건이던 철도 성범죄가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413건으로 2.6배 늘어났다. 올해도 6월 현재 벌써 178건이 발생했다. 


범죄의 양태도 천태만상이다. 지난달 1일, 피의자 J(72)씨는 밤 10:15경 서울발 부산행 KTX 제335열차가 동대구-밀양역간을 운행 중일 때 손바닥으로 20대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가 열차팀장(여객전무)이 이를 목격하고 신고해서 철도경찰에 검거됐다.

피의자 A씨는 지난 6월14일 밤 9시50분경 신창발 광운대행 K718 전동열차 객차에서 좌석에 앉아 여행 중인 피해자 B씨(40대, 여)의 왼쪽으로 다가가 앉아서 잠을 자는 척하며, 얼굴을 피해자의 어깨에 기대고 손을 피해자의 다리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약 10분간 추행하다가 잠복 중인 사법경찰에게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렇듯 심각한 범죄발생에도 불구하고 철도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해 재범 경향이 높은 성범죄자들이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만 200건의 성범죄자가 검거됐으나, 구속은 7건에 그쳤다. 작년에는 성폭력 범죄자 434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32명만 구속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검거된 성범죄 피의자 1491명 중 구속 인원은 48명(3.2%)에 불과했다.

철도경찰대 관계자는 “동종전과가 있는 상습 범죄 경력자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철도경찰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범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철도경찰대 정원은 426명이다. 이들이 하루 평균 300만명이 이용하는 코레일의 열차와 주요 역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철도경찰 1인당 8000명을 관리하는 셈이어서 예방은커녕 단속도 힘든 실정이다.

정 의원은 “급증하고 있는 철도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토교통부는 범죄예방시스템을 강화하고 철도사법경찰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검거된 철도 범죄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여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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