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파나마 운하 확장개통… 세계 해운지도 바뀐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오는 26일(현지시각) 102년만에 파나마 운하가 확장 개통되면서 세계 해운사의 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하고,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착공 이후 최종 개통에만도 20년이 넘게 걸린 대역사가 파나마 운하였다. 해운업계는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인한 동북아 물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조심스럽게 발주 확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오욕’의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Canal de Panama)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잇는 지협을 가로지르는 운하다. 길이는 82km다. 연간 평균 선박 이용 수는 1만5000여척으로, 운하 통과에 걸리는 시간은 8시간 가량이다.


파나마 운하를 처음 구상한 것은 1529년 코르테스였다. 그는 스페인 왕국의 카를로스 5세에게 파나마 운하 건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1880년에 이르러서다. 파나마 운하 건설에 도전한 사람은 프랑스 공학자 페르디낭 드 레셉스로, 그는 직전 수에즈 운하 건설에도 관여한 바 있는 인사였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하게 되는 참사가 계속 벌어진 것이다. 결국 자금난으로 인해 레셉스 회사는 파산했다. 공사 기간 동안 말라리아와 황열병 등 모기로 인해 전염되는 병으로 걸려 사망한 노동자 수는 2만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운하 건설에 다시 나선 것은 미국 대통령 테디 루즈벨트 운하 건설의 임무를 맡은 1904년이었다. 미국 정부는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토록 지원했고, 파나마가 독립이 된 바로 다음해인 1904년부터 운하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말라리아 퇴치 작업부터 벌였다. 말라리아 등 각종 풍토병 탓에 실패한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군의관인 고거스는 모기 퇴치 작전을 실시했고, 이외에도 절벽 붕괴를 막는 증기삽, 준설선 등 새 공학 및 신기술들이 모두 동원됐다.

공사에 투입된 인원은 유럽에서 1만2000여명, 서인도 제도에서 3만1000명 등이 투입됐다. 공사는 10년만인 1913년 8월 15일에 완공됐고, 퀸 엘리자베스 호가 운하 개통 이후 처음으로 통과했다. 미국은 1999년 12월 31일에 파나마 운항권을 파나마에 이양했다. 파나마는 운항권 수입으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중남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있다.

새로운 바닷길= 굴곡 많았던 파나마 운하는 오는 26일 확대 개통된다. 완공 102년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닷길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은 세계 해운산업은 물론 조선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개통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등 전 세계 70개국 정상이 참여한다. 기존 파나마 운하는 길이 304.8m, 폭 33.5m, 깊이 12.8m다. 7t톤급 이하 선박만 지나갈 수 있다. 새 파나마 운하는 길이 427m, 폭 55m, 깊이 18.3m이다.

20만t급 배도 지나갈 수 있다. 확장 전에는 컨테이너 4400개 이내를 실은 배만 통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미국 셰일가스와 베네수엘라 원유가 본격적으로 아시아로 실어 날라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을 예로들면 한국에서 출항한 배가 미국 동부연안에 도착할 때까지를 비교하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경우에는 25일이,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45일이 걸린다. 시간이 단축되면 운송비 하락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 현재의 파나마 운하로는 초대형 LNG선이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형선박의 통행이 가능해지면 선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집트 수에즈 운하로 발길을 돌렸던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는 다시 파나마 운하 통항을 추진 중이다.

또 기존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작은 규모의 선박이 줄고 유럽이나 태평양을 주로 오가던 1만4천TEU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새 운하로 옮겨오게 되면서 바닥을 친 아시아-유럽 항로 운임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과잉은 우려= 해운 업계는 가장 우려하는 점은 선박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앞서고 있어 공급과잉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동량 경쟁이 격화 될 경우 운임 하락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운하 개통 처음부터 바로 운임에 타격이 있지는 않겠지만, 차차 물동량 경쟁이 심화하면서 운임이 하락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운임 하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1만4000TEU급 대형선박을 확보해야 하지만 국내 해운업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파나마 운하의 확장 개통은 중견 선사들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작은 선박들이 경쟁력을 잃게 됨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이 국내 중견 선사들의 주 무대인 아시아 등 지역 시장으로 이들 선박을 전환 배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역 항로에 집중하던 국내 중견 선사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시황 부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최근 대형 선사가 아시아 지역 서비스를 강화해 중견 선사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4천500TEU급 선박들이 아시아 시장에 대거 투입되면 경쟁 심화, 운임 하락, 수익 부진 등의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 ‘나쁘지는 않겠지만…’ 신중= 조선업계는 파나마 새 운하 개통으로 선박 수주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2015년 7월 세계 LNG 선박 583척 중, 파나마운하 통과 가능 선박은 56척이었지만 확장 후에는 566척으로 늘어난다. 보다 큰 LNG선박 발주가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조선산업의 업황 악화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축소가 원인이기 때문에 운하 확장 개통이 업황 개선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키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지금의 위기는 운하의 크기가 아닌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수주 가뭄과 업체들의 과잉 생산능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시황이 회복기에 접어들 면 대형선박 위주로 발주가 늘어나는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내놓고 있다. 소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막스(Panamax)급’ 선박의 크기가 커지면서 포스트 파나막스급(폭 49m, 길이 366m) 선박도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형선박 건조에 한국 조선사들의 강점이 있다. 당장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파나마 공사 참여 유일 韓 기업, 현대삼호重= 한국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이번 공사에 참여했다. 총 2억1000만달러 규모의 갑문 설비를 맡아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한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맡은 공사는 선박이 운하를 통과 할 때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소형수문(Water Valve) 158개와 유압장치 158세트의 제작, 설치 작업이었다. 칸막이벽(Bulkhead) 84개와 이물질막이(Trash rack) 등을 포함해 총중량 2만 톤에 달하는 기자재가 공사에 들어갔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설비를 2㎜ 오차 이내로 제작하고, 납기를 지켜 발주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며 “특히 설치 완료된 소형수문의 누수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체 갑문에 물을 채우는 방식 대신 이동식 특수가벽을 설치하는 기발한 제안을 통해 공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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