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수장들 “영국, 한시라도 빨리 나가라”…영국에 대한 EU ‘협상력’ 높이기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영국이 최대한 빨리 연합에서 나가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의 이탈 여파를 최소화 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영국은 조속히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투표에 사활을 걸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오는 10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새로운 총리가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본격적인 공식 협상은 10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데 EU는 그 때까지 기다리기 싫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슐츠 의장은 가디언에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협상 시작이) 영국 정부의 의사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영국 정부가 10월까지 기다리겠다는 일방적인 말을 했지만,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10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독일 ARD방송에 “영국인들은 어제 EU에서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렇기 때문에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즉각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은 리스본조약 제50조에 의거해 진행되는데 국민투표만으로는 협상 시작 효력이 없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전달해야 협상이 시작된다.

영국을 붙잡지 않는 EU의 태도에는 탈퇴 도미노 등 브렉시트 부작용을 일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 입장에서는 최대한 ‘나가는 것은 너희 손해’라는 인상을 줘야 다른 나라들의 잇따른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나간다는 영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 다른 회원국의 EU 반대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시간을 오래 끌면 영국이 EU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를 주게 될 수 있다. 공식 협상이 일단 시작되고 나면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이 때문에 무역, 노동 등 각종 분야에서 더 이상 회원국으로서의 수혜를 누릴 수 없는 영국은 공식 협상 시작 전 비공식 접촉 과정에서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브렉시트 투표가 진행되기 전, 브렉시트 시 바로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던 측은 “EU가 영국의 필요성을 인지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간을 끌면서 영국의 발언권을 높여 둬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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