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日’이 지면‘폭식月’이 뜬다…라마단의 역설

-이슬람의 라마단 낮에 참았던 ‘食의 욕망’ 해가 지면 고삐풀려
-음식 소비량 늘어 비만 환자 등 급증 아이러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 “벌써 오후 2시인데 미국인 손님 한 명만 샌드위치를 사갔어요. 라마단 기간에 여기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에요.”

미국 미애나폴리스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부르한 엘미는 텅 빈 매장을 보고 있을 때마다 속이 터진다. 그의 카페는 지역 무슬림들이 모이는 허브 역할을 하며 쏠쏠한 매상을 올려왔는데, 이달 초 라마단이 시작되면서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주변의 작은 무슬림 식당들은 아예 휴점을 해버렸다. 당장 월급 줄 돈이 없어 직원들을 휴직시키기는 했는데, 임대료는 어떻게 내야 할 지 막막하다.

# 2. 엘미의 카페와는 달리 미애나폴리스의 대형 식당들은 저녁마다 무슬림 손님들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다.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주차장에까지 테이블을 깔거나, 종업원을 더 고용한 식당도 있을 정도다.

미네소타 주 지역지가 전한 이런 극단적인 풍경은 라마단을 지내는 무슬림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한 달 여 라마단 기간 낮에는 금식을 하지만, 저녁이 되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폭식을 한다. 여기에 주변 이웃을 돌아보고 사랑을 나누라는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명목으로 저녁마다 지인들을 초대해 성대한 만찬을 벌인다. 작은 식당들은 고사하고 큰 식당들만 성업하는 이유다.

[사진출처=iranview.org]

‘단식월’의 뒷면, ‘폭식월’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올해 라마단은 6월 6일부터 7월 5일까지로, 이 기간 전 세계 17억여 명의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철저하게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단식월’이라 부르듯, 물을 비롯한 어떤 것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식당 요리사가 요리를 하는 중 간을 보는 정도도 허락되지 않는다. 노인ㆍ환자ㆍ임산부 정도만이 예외를 인정받을 뿐이다. 유흥ㆍ흡연ㆍ음악 청취ㆍ성행위 등 감각적 쾌락도 삼가야 한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더 많이 기도하면서 신의 가르침에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많은 무슬림들은 라마단으로 인해 가장 고통스러운 점으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꼽는다. 라마단이라는 단어 자체가 ‘더운 달’이라는 뜻일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에 속해 있는데, 물까지 못마시게 하니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무슬림들이 주로 적도 부근의 더운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해가 지평선 밑으로 떨어지면 낮 동안 갇혀 있었던 욕망이 고삐가 풀려 흥청거린다. 단식하느라 못 먹은 것을 모두 보상받고야 말겠다는 듯한 폭식이 시작된다. 라마단의 저녁만을 놓고 본다면 ‘폭식월’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해가 진 직후 첫 식사를 일컫는 이프타르는 그 절정이다. 보통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 이프타르와 수흐르(일출 직전 이른 새벽에 먹는 아침 식사) 두 끼를 먹는데, 새벽에는 입맛이 없다보니 수흐르는 거르기 일쑤다. 이프타르에 더 많이 먹게 되는 이유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은 미덕으로, 이를 거절하는 일은 무례한 일로 여기는 것도 폭식을 부추긴다.

자연스레 음식 소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라마단 기간에는 일반적으로 식품 수요가 30~40% 늘어나는 역설이 벌어진다. ‘라마단 특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욕심껏 상을 차리다보니 버려지는 음식의 양도 상당하다. 왕립 사우디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우디에서는 라마단 기간 음식의 30% 가량이 버려진다고 한다. 양으로 따지자면 하루 4500톤(t)에 달한다. 식료품 가격 상승도 동반된다.

당분이 높은 먹을거리는 특히 인기다. 단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족한 열량을 쉽게 보충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이면 사탕, 초콜릿, 과일 가게는 당 떨어진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라마단이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하는 최대 명절 ‘이드’에는 사탕과 초콜릿, 젤리 등을 선물로 교환하며 나눠 먹기도 한다.

[사진출처1=123rf]

단식월에 비만을 걱정하는 아이러니… 가난한 무슬림의 허기는 더해진다

이 무렵 이슬람 언론들을 살피면 건강하게 라마단을 나는 비법에 대한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라마단 기간 최적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영양학자들의 조언(걸프 타임즈)”, “체중 증가? 라마단 기간 지방을 축적시키는 7가지 잘못(알아라비야)”, “당분 높은 라마단, 단 음식을 대체할 건강한 음식은?(조던 타임즈)”…

단식과 폭식을 하루 걸러 한번씩 반복하기 때문에 속이 멀쩡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통이나 구역질을 호소하며 병원에 가는 사람도 크게 늘어난다. 물은 적게 먹고 활동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살도 많이 찌게 된다.

그러나 라마단의 밤에 찾아오는 이 모든 쾌락과 배부른 걱정은 그나마 먹고 살 여유가 있는 무슬림들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나 시리아의 무슬림들에게 단식은 생명을 위협하는 가르침이다. 한 쪽에서 폭식하느라 올라버린 식량 가격 때문에 배고픔도 더해질 수밖에 없다. 단식으로 가난한 이웃의 마음을 헤아려보라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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