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투표 끝나자마자 말바꾸기…브렉시트 진영 잇단 균열

노동자 이동제한 해제시사
이민규제 약속도 번복 암시
내부 삐걱…또다른 분열 불씨로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브렉시트 진영의 정치인들이 기존 주장을 뒤집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진영의 다니엘 해넌 영국 보수당 의원은 2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출연해 “EU 탈퇴 결과로 반드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EU 탈퇴 후 노르웨이처럼 EEA(유럽경제지역)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이민자에게 복지 혜택도 부여해야 한다.

해넌 의원의 이러한 주장은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EU를 탈퇴해야 한다고 했던 브렉시트 진영의 핵심 주장과는 배치된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민 제한 약속을 믿고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다.

영국의 전 하원 부위원장으로 브렉시트 진영에 섰던 나이젤 에반스 의원도 이민 제한 약속을 뒤집었다. 그는 BBC 라디오에서 “탈퇴에 투표하면 이민이 줄어들 것이라 암시하지 않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통제할 것(control it)이라고 했고, 그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재차 “EU를 떠나면 이민이 줄어드냐”며 명확하게 답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질문을 에둘러 피해갔다.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을 NHS(의료보험)에 쓰겠다는 약속도 뒤집혔다. 브렉시트 진영은 “우리는 EU에 매주 3억5000만 파운드(약 5600억 원)를 내고 있다. 이것을 우리 NHS에 쓰자”는 간명한 슬로건으로 국민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패라지 당수는 ITV에 출연해 “그것은 내가 한 홍보문구가 아니라,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 캠프가 한 실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패라지 당수는 브렉시트 캠페인을 앞장서서 이끈 인물 중 하나지만, 브렉시트 공식 진영인 ‘탈퇴에 투표를’ 캠프에는 소속돼 있지 않다.

이안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장관 역시 TV 방송에 출연해 3억5000만 달러라는 수치는 “추정치(extrapolation)”라며, 브렉시트 캠프는 그 금액의 상당 부분이 NHS에 갈 거라고는 했지 전부 다 갈 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해당 슬로건이 새겨진 버스 앞에서 찍은 사진이 버젓이 존재해 말바꾸기 논란이 나온다. 거짓말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국민투표 이전부터 브렉시트 진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말바꾸기가 브렉시트 진영의 분열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비록 EU 탈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치기는 했지만, 브렉시트 진영에는 보수당 비주류, 노동당 비주류, 영국독립당 등 다양한 이념의 세력들이 있다. 이에 향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이런 분열이 불거질 경우 새로운 노선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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