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前官의 대기업 방패막이 계속 방치할건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급 이상 고위직을 지내다 퇴직한 뒤 다시 취업한 사람 가운데 85%가 대기업이나 로펌행(行)을 택했다고 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통과자 현황이 그렇다. 대상자 20명 가운데 13명이 삼성카드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에 재취업했고, 4명이 대형 로펌인 김앤장 태평양 등에 들어갔다. 공정위 고위직 출신들에 대한 전관예우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는 게 공정위 역할이다. 그런 막강하고 중요한 부처에서 고위직으로 일한 공직자가 대기업이나 로펌으로 옮기는 이유는 뻔하다. 한마디로 대기업 불공정 행위의 방패막이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거액의 연봉을 주면서 대기업이나 로펌이 이들을 영입할 까닭이 없다. 그렇다면 공정위에서 이른바 전관예우가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공정위의 추상같은 칼날이 많이 무뎌졌다는 얘기가 자주 들인다. 그도 그럴 게 주요 불공정 혐의 사건에서 잇달아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올들어서만 대형 마트 3사의 선물세트 가격 담합 의혹을 사실상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SKT KT LGU 의 ‘LTE요금제 허위 과장 광고’건에 대해서도 이동 통신 3사의 적절하지 못한 피해보상안을 동의해주어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해 되돌려 준 돈이 지난해 무려 3126억원이나 됐다. 2011년 111억원이었던 것과는 아예 비교가 안될 정도다. 이처럼 공정위가 허술해진 것도 전관들의 활약(?)과 무관치 않다는 소문마저 무성하다.

공정위 뿐만이 아니다.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 힘깨나 쓰는 부처 출신 공직자들도 기업과 로펌으로 무더기 진출하고 있다. 현직들과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없이는 이들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이런 은밀한 커넥션들이 결국 공직사회의 신뢰와 기강을 허물게 하고, 사회는 더 불공정해지는 것이다.

법조계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든 전관예우 관행은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다. 그러나 이건 다른 문제다. 공직자윤리위에서 재취업 심사를 한다지만 예외 규정 때문에 사문화 되다시피한 상태다. 취업심사 제도를 대폭 강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전직의 청탁을 받아주는 현직들을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 전관들이 ‘해결사’ 노릇을 하는 사회가 건강할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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