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목격한 앵무새… 법정서 ‘증언’할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에서 목격자 없는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기르던 앵무새가 살인 현장을 증언하는 듯한 말을 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지 주목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에 살고 있던 마틴 듀람(46)은 자택에서 총알을 다섯 발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아내 글레나 듀란(48)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누워 있었다. 글레나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범행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지난 23일 글레나를 1급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남편과 다툰 뒤 총을 쐈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부부가 경제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고, 글레나가 남긴 세 장의 유서에 자식에게 사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 판단 배경이 됐다.

[사진=123rf]

특히 마틴이 기르던 앵무새가 한 ‘발언’은 글레나가 범인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갖게 했다. 사고 이후 듀람의 전처인 크리스티나 캘러는 듀람이 기르던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를 맡아 길렀는데, 어느 날부터 앵무새가 사건 당일의 남녀간 대화 내용을 재연하는 듯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앵무새는 낮은 남성의 목소리로 “나가버려(Get Out)”라고 한 뒤 높은 여성의 목소리로 “어디로 가란 말야(Where Will I Go?)”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남성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쏘지마(Don‘t Fxxxing Shoot)”라고 했다. 앵무새는 여러 차례 이 대화 내용을 반복했다.

유족들은 글레나가 범인이라는 증거라며, 법정에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쪽에서는 동물을 증인으로 세운 전례가 없는 데다, 앵무새가 텔레비전 등 다른 곳에서 그런 말을 배웠을 수 있다며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지방검사인 스프링스테드는 앵무새의 ‘증언’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앵무새의 말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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