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대우조선 수사] 천문학적 분식회계…검찰 “‘사기죄’ 적용 검토”

-남상태 전 사장 소환 계기로 수사 속도붙어

-고재호 사장 시절 분식회계 규모만 5조원

-檢 “분식회계 아닌 회계사기… 엄중처벌”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조금씩 베일을 벗으면서 검찰은 이를 조직적 사기범죄로 규정짓고 엄정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시절인 2012~2014년 저지른 분식회계 규모만 5조4000억원(순자산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조원 규모다.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재임한 남상태(66) 전 사장 시절의 분식회계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검찰은 고 전 사장 시절 회계사기 규모만 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실적을 부풀리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성과급 배당과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임직원들에게 무려 2900억원이 넘는 성과급과 격려금을 준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대규모 회계사기 의혹을 받는 대우조선해양. [사진=헤럴드경제DB]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해준 목표실적을 달성해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실무진은 경영진의 지시를 받아 선박사업 등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예정원가는 축소하고 매출액은 부풀리는 식으로 영업이익을 목표치에 임의로 맞췄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실무진은 목표치가 나올 때까지 아무 숫자나 넣고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했고, 여기서 나온 예정원가 수치를 장부에 허위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회계장부 조작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ㆍ공시한 회계 담당자나 이를 지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감사보고서를 조작한 감사인이나 공인회계사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거짓으로 작성한 회계장부를 근거로 대출받았다는 점에서 분식회계보다 ‘회계사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며 “사기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회계사기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임직원들도 검찰의 칼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은 현재 임원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한 지 법리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5일 구속된 대우조선해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61) 씨는 “분식회계 과정에서 고 전 사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취재진에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서 조직적인 회계사기가 있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최종 단계에 이르러 결정될 사항이지만 김 씨 윗선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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