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박종구 초당대 총장] 구조개혁이 성공하려면

구조개혁이 화두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활력 제고와 경쟁력 강화가 필수 조건이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조선, 해운,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매출과 수출이 급속히 둔화되는 등 우리 경제의 간판 스타들이 휘청되고 있다. 유동성 지원이나 수출 촉진책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번 조선, 해운 산업에 대한 대책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다.

기업 구조개혁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기업, 정부, 채권단 간의 합리적 역할 분담이 관건이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적절한 역할 분담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에 몰린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회생 작업은 금융 전문가 스티븐 레트너가 이끈 자동차 산업 구조개혁 테스크포스(TF)의 방안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됐다.

GM에 대한 495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지원도 이러한 원칙 하에 이뤄졌다. 릭 웨고너 최고경영자(CEO) 퇴진, 새턴ㆍ폰티악 모델 단종 등 주요 구조조정 대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돈을 지원하고 전문가가 구조조정의 실무 작업을 진행하는 역할 분담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벼랑 끝에서 살려냈다.

둘째,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산 업 지원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자동차 회사 퇴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직ㆍ간접 종사자가 300만명을 넘고 미시건, 오하이오, 일리노이 등 ‘중부 공업주’의 경제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컸다.

오바마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지원을 결정했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구조조정이 산으로 올라가는 폐해를 차단했다.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라 지원 방안이 결정됐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 시절 정치 논리에 따른 빅딜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삼성자동차, 현대전자, LG반도체의 운명은 어떻게 됐나.

셋째,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네럴일렉트릭(GE)은 금융위기 이후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원칙 하에 금융, 미디어 등 비핵심 부문을 정리하고 에너지, 원자력, 우주 등에 주력했다. NBC유니버셜을 컴캐스트에, 보유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넘겼다. GE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가전 부문도 매각했다.

후지필름의 코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는 ‘탈(脫)필름’ 구호를 내걸고 의료ㆍ소재 회사로 과감히 탈바꿈했다. 라이벌 기업인 코닥이 산업 트렌드 변화에 뒤쳐져 끝없이 추락한 사례와 크게 대조된다. 유통 명가 JC페니가 ‘중산층의 백화점’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기업 환경이 나빠지자 한계 매장 600개를 정리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다시 커피로’라는 원칙에 따라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데 ‘올인’했고 회사는 되살아났다.

넷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노조의 협조와 희생이 불가피하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이중임금제를 도입하고 파업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등 대승적으로 회사의 회생에 협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구현했다. 두 회사는 임단협 재협상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임금 인상, 보너스 지급, 고용 안정 등으로 보답했다. 히타치도 임금 인상을 자제해 비용을 줄이고 적자 사업 부문을 정리해 사회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에게 구조개혁의 속도를 내라고 충고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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