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①] 떨어진 신뢰ㆍ무딘 칼 논란까지…‘사면초가’檢 시험대 올랐다

-박지원ㆍ정옥근ㆍ민영진 잇따라 무죄…부패수사 ‘무딘 칼’ 논란
-‘정운호 게이트’에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 압박 강화 ‘내우외환’
-전문가들 “검찰 독립성 강화ㆍ국민신뢰 회복 노력” 지적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우리 사회 정의와 공익의 보루로 통하는 검찰이 최근 ‘정운호 게이트’ 논란과 부패 기소자들의 연이은 무죄 선고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ㆍ경 수사권 분리 카드를 꺼내들며 ‘대(對) 검찰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검찰이 난관 돌파를 위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역량을 집중해 기소했던 주요 고위공직자와 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으며 ‘무딘 칼’ 논란에 휘말렸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오전 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는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74)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는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예인력을 동원하고도 박 원내대표의 유죄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면서 수사력 약화와 정치적 중립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른 부패수사 재판도 상황은 비슷하다. 23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역시 배임수재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법원은 박 원내대표의 무죄 선고에 대해 “객관적인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에 의존했고, 의심이 충분히 해소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의 경우 법리 적용을 잘못했고, 민 전 사장은 관련자들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당장 검찰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민 전 사장 선고 직후 “공여자가 검찰에서 진술을 하고 법정에서도 진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공여자가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지 않아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취지라면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고 부패 척결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광범위한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도 ‘깜깜이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정의와 공익의 보루로 통하는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논란과 부패 기소자들의 연이은 무죄 선고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검찰이 난관 돌파를 위해 어떤 묘수를 꺼내들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검찰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 25일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등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검찰수사관 김모(50) 씨를 구속했다. 이번 사건에서 현직 검찰 관계자가 구속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와 관련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으로만 기소하고 전관 특혜와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결론내리면서 ‘셀프 면죄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브로커와 접촉했던 고위 검사를 대상으로는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며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다.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검찰 견제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민주주의 회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검찰의 현관ㆍ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TF가 제시한 입법 개정안은 검사가 사건 이해관계자와의 접촉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전관 변호사의 관련 사건 수임 제한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국민의당은 검ㆍ경 수사권 분리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 개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면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한다. 수사력 약화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 신설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도 총수 일가에 대한 소환이 임박한 상황이다. 각종 논란을 딛고 검찰이 뚜렷한 성과를 얻어낼 경우 과거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크다.

독립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검사장 출신의 박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찰의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과거 윗선에서 범죄 정보를 주거나 특정한 범죄를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증거 확보나 충분한 검토없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사력 논란과 관련해 박 변호사는 “수사 환경이 옛날같지 않고 법원도 공판중심주의로 증거에 대해 굉장히 엄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증거 분석력이나 안목 등 전문적 인력을 키우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너무 냉정하게 수사하는 것만이 정의인 것은 아니다”며 “사건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있도록 검찰이 한 발자국이라도 먼저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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