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정지작업 나선 친박, ‘비박 음해론’ 공론화

김태흠 “전당대회 일정 결정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주도했다”…친박계 당권 주자 ‘짐 덜어주기’ 풀이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전당대회를 단 43일 남겨두고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가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총대는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이 멨다.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탈당파 일괄 복당’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을 모두 떠안고 직에서 내려온 가운데, 김 사무부총장의 거취도 도마위에 올라온 터다. 김 사무부총장은 직접 ‘사표’를 던지며 “그동안 당 안팎을 뒤흔들었던 모든 논란은 비박계의 음해였다”고 주장하는 강수(强手)를 택했다. ‘친박계가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는 동시에, 최경환ㆍ홍문종ㆍ이정현 등 친박계 당권 주자들의 활동공간을 넓혀준 것이다.

(왼쪽부터) 최경환ㆍ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김 사무부총장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사무부총장직을 유지하고 있음으로 인해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사무부총장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사무부총장은 그러면서 “그동안 당내 비대위원들이 전당대회 일정, 지도체제 개편 등 핵심 사안들을 자신들의 주도로 결정해 놓고 모든 것을 친박의 음모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갔던 이율배반적이고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행태에 대해 몇 가지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전 사무총장, 김영우 의원 등 비박(非박근혜)계 비대위원이 주도해 안건을 결정지어놓고는, 그 배경에 친박계가 있는 것처럼 음해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비박 음해론’의 등장이다.

김 사무부총장은 우선 “8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은 권 전 사무총장이 주도해 내린 결정”이라며 “부총장인 제가 8월 9일은 혹서기이고 올림픽 기간이라 ‘컨벤션 효과’가 떨어져 시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음에도 권 전 총장은 ‘당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으나 최대한 빨리 정상적인 지도부를 출범시키는 게 좋겠다’고 하며 전당대회 일정 결정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이어 “ 이후 전대 시기가 잘못됐다는 당내와 언론의 비판이 연이어 나왔고 심지어 ‘투표율이 저조하면 친박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 날로 정했다’는 친박 음모론까지 제기됐다”며 “그러나 당내 일부 비대위원은 이를 방관하며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4ㆍ13 총선 백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4ㆍ13 총선 백서 발간 상황은 실무자 이외에는 백서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김 의원이 언론에 ‘당내 부정적 기류가 있는 상황에서 권 총장까지 사퇴하면 백서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겠냐’며 마치 친박계가 백서 발간에 부정적이고 발간 시점도 늦추려 하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부총장은 또 “권 전 사무총장은 탈당자 복당 승인 문제도 복당 승인 의결 전날까지 시급하게 처리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비대위가 복당 승인을 의결하도록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며 “입으로는 거짓을 말하며 뒤로 당내 의견 수렴이 안 된 복당 문제를 관철시켜 당내 분열과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이 외에도 “지도체제를 현행 집단지도체제에서 당 대표의 권한이 현재보다 강화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는 안을 채택한 것도 혁신비대위다. 이를 주도한 권 전 사무총장은 지도체제 변경 이유로 ‘당 대표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효율적인 당 운영을 위해 좋다’고 까지 했다”며 “그럼에도 당내 일부와 언론에서 ‘친박계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다수를 장악하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였을 때 권 전 사무총장과 당내 비대위원들은 해명을 하지 않는 등 말로만 당의 화합을 얘기했다”고 꼬집었다. “일부러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김 사무부총장의 ‘폭탄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전당대회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전반을 장악했던 ‘친박 음모론’을 ‘비박 음해론’으로 걷어내야 아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최경환ㆍ원유철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4ㆍ13 총선 참패 직후부터 ‘2선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총선 참패 당시 하태경 의원은 “총선 참패에는 친박이 70%, 비박이 30% 정도 책임이 있다”며 “최 의원은 당내 경선에 나가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 이 정도의 자기희생을 보여주는 것이 당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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