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입는 삼성전자, 사장도 신입사원도 ‘~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삼성전자가 ‘님’을 공식 호칭으로 사용한다. 기존 부장, 과장, 사원 등 7단계의 수직적 직급 개념도 역량 중심의 4단계로 (CL1~CL4) 단순화 한다. 또 올 여름부터는 반바지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삼성전자 직원들도 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7일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기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 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 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방안이다.

우선 연공서열 중심의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을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바꾼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7단계 직급 체계를 사용했다. 이를 4단계로 단순화 하면서 동시에 수평 개념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단순 입사 순서나 경력 순서에 따른 수직적 배열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실력,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 체계를 갖추겠다는 의지다.


이런 삼성전자의 수평적 인사 혁신은 외적으로 호칭과 명함의 변화로 보여진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ㅇㅇㅇ님’을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입사 순서나 나이에 따라 결정되던 ‘과장, 부장’ 등의 호칭을 버리고 상하구분 없이 동등한 호칭을 사용한다. SK텔레콤이나 CJ그룹이 10여년 전 도입해 독특한 사내문화로 자리잡은 수평 호칭 제도와 동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고 덧붙였다. 나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상호 존칭하는 ‘님’을 기본으로 하되, 업무 효용성과 전통적인 상하 문화에 익숙한 국내 실정을 감안한 조치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수평 호칭 제도를 도입했지만, 조직 내 저항으로 결국 과거 직급 호칭으로 돌아온 KT 등 일부의 실패 사례를 참조한 조치다.


호칭과 역량 체계 변화는 회의와 야근 등 업무 스타일, 그리고 사내 문화 변화로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회의문화와 보고문화 개선, 불필요한 잔업 및 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회의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의의 결론을 도출해 이를 준수하는 회의 문화를 확산한다. 핵심 필요 인원이 모여 심도있는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해 짧은 시간에 의미있는 성과를 올리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참석자 최소화, 1시간 Best, 전원 발언, 결론 도출, 결론 준수’의 5가지 신 회의 문화를 권장했다.


보고 체계도 보다 속도있게 바꾼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고,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보고문화를 정착한다.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 근절에도 나선다. 특히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직원들의 휴가 문화도 선진국 형으로 바꾼다. 직원들이 연간 휴가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휴가 문화를 정착시킨다. 또 이외에도 올해 하절기부터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반바지 착용도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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