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낳은 것은 ‘불평등’…기득권 향한 저소득층 분노가 반(反)체제 불렀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이번 브렉시트 투표는 최근 수 십 년간의 경제 성장 속에서 혜택을 보지 못한 이들의 좌절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고 리차드 램버트 전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장은 평가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이는 수많은 런던 지식인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진, 금융권 고위층 등 지도층 인사들이 모여 매달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FT 시티 네트워크 토론에서 이같은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FT는 27일 전했다. EU 안에서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낀 이들이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저소득층은 이번 브렉시트 결정의 주요 동력으로 조사됐다. 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소득 수준 양극화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불신 풍조가 강해진 것이 탈퇴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오히려 국제통화기구(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란은행(BOE) 등 전문가 집단, 기득권 집단이 브렉시트의 악영향을 경고할수록 탈퇴 여론이 탄력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둘러싼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이 2008년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가 ‘가진 자를 위한 세상’으로 인식되는 이들에게 답은 ‘변화’다. 이들이 발휘한 분노의 표심이 예상 외의 결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또한 저소득층을 위한 해답은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의 대가는 기득권층도 함께 치르겠지만 타격을 더 크게 받는 것은 또 다시 저소득층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물관리 전문그룹 미티의 루비 맥그레고-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가 “더 큰 소득 불평등을 만들어 낼까 두렵다”고 말했다. 마이크 레이크 BT 회장 또한 이에 동의하며 “우리는 불신의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사회의 약자들이 가장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바라는 ‘감정’이 투표 결과를 이끌었을 뿐 이것이 이성적으로 옳은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레이크 회장은 “감정이 사실을 이기고, 사람들은 대신 거짓을 믿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발생 시 일반 유권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힌 ‘소로스의 경고’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투표 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의 EU 탈퇴에 베팅한 일부 투기 세력이 큰돈을 벌겠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훨씬 가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브렉시트가 개인적 재정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면서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파운드화 가치가 당장 급락해 모든 가계에 타격을 입히고, 금융시장과 투자, 가격,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브렉시트 투표는 검은 금요일로 이어질 것이며 보통 사람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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