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정치인들이 만든 신뢰의 붕괴… “또 다른 배신의 시기가 다가왔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것은 기성 정치인과 엘리트에 대한 ‘신뢰의 붕괴’ 때문이며, 브렉시트 진영 정치인들의 말바꾸기로 다시 한번 배신을 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브렉시트는) 수십년 동안 이어진 정치 지도자들의 과장된 공약과 저조한 이행에 따른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적 신뢰의 침식을 반영한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브렉시트 논란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과 엘리트들은 브렉시트 반대를 위해 스크럼을 짰다.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의 주류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영국산업연맹(CBI)ㆍ영란은행(BOE)ㆍ국제통화기금(IMF)ㆍ영국재정연구소(IFS) 등 전문가그룹은 EU를 탈퇴하면 대영제국의 옛 영광은 커녕,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실추되고 국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반대의 길을 택했다. BBC는 많은 영국인들이 경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것은 50년 가까이 EU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느끼기 보다는 방치된 것을 느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앤소니 킹 에섹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정치인들이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싸움을 벌이고 적대감을 키워온 것이, 정치 지도자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뚜렷한 단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런 신뢰의 위기가 단지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럽 각지에서 신생 정당과 신진 정치인 돌풍이 일고 있는 것이 그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도 수많은 엘리트 정치인들의 비판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선택했다.

문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 심리로 찾은 대안이 또 다른 배신을 불러와 신뢰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을 비롯한 EU 탈퇴파 정치인들은 유세 과정에서 했던 말들을 철회하고 있다. 이들은 “이민자를 줄이겠다고 한 게 아니라, 통제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하거나 “기존에 EU에 냈던 분담금을 전액 NHS(의료보험)에 쓰겠다는 주장은 실수였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의 실제 신념은 브렉시트가 아니며, 집권을 위해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퀸 메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팀 베일은 “또 다른 배신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