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개혁으로 연결돼야 할 두 야당 대표의 사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가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물의를 일으킨 당 소속 서영교 의원의 일탈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안 대표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과 관련,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두 야당의 대표가 한날 한시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두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만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불거진 두 사건은 우리 정치가 달라진 국민 눈 높이를 여전히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안을 보는 시각부터가 그렇다. 사건 당사자는 물론 당 지도부조차 처음에는 ‘관행’이라며 어물쩍 넘기려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적당히 시간을 끌면 유야무야될 것으로 봤던 것이다. 하긴 가족 보좌관 채용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외부에 알려지지만 않으면 대충 넘어가기 일쑤였다. 국민의당 홍보비 의혹도 정치권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이게 우리만의 일인가”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되레 파문은 확산되고 여론은 나빠져갔다. 더 이상 ‘관행’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비서관 월급 상납 요구 의혹이 제기된 박대동 새누리당 전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한 아들의 구제를 청탁한 신기남 더민주 전의원 역시 공천에서 탈락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 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더민주 김 대표가 “국민의 감정이 불공정 특권이나 우월 의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두 대표가 사과한 것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그 사과가 말의 성찬으로 끝나선 안된다. 우선은 약속한 대로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엄중한 당내 제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야당이 도덕적 우위에 서지 못하면 집권은 어림없는 얘기다. 나아가 국회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그 핵심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눈 높이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를 해 나가라는 것이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바로 잡아야 할 국회가 되레 특권과 갑질의 상징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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