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환율①] “브렉시트發 수출절벽 막자”…韓ㆍ中ㆍ日 환율 삼국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수출 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해지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개 국가들이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온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하를 통해 수출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 조짐이다. 일본도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해 엔화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에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등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한국(6위)과 일본(4위) 등 동북아 3개국이 모두 세계 10위권 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경우 2008년 12위, 2009년 9위, 2010년 7위로 오른 뒤 5년 만에 다시 한 계단 올라선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

수출을 발판 삼아 안정적인 중속 성장을 구가하려는 중국은 물론, 경기부양에 불을 지펴야 하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수출 경기 악화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6357위안으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91% 낮췄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의 최대폭으로 절하한 이번 조치로 위안화 가치는 2010년 12월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중국이 6∼7월 중 지급준비율을 50bp(1bp=0.01%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록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영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하지만, 브렉시트로 EU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는 브렉시트로 인해 올해와 내년 중국 GDP가 0.1%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은 대외적으로 “브렉시트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관측에 선을 긋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날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 개막식에서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보면 위안화를 장기적으로 평가 절하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로 ‘엔고’(엔화 강세) 비상이 걸린 일본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96엔으로 주말 종가(103.05엔)보다 떨어지며(엔화가치 상승) 엔고를 지속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엔 2013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100엔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나카소 히로시 (中曾宏) 일본은행(BOJ) 부총재와 긴급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환시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BOJ는 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등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달 10일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10조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통화ㆍ재정 패키지로 브렉시트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도 브렉시트에 따른 수출ㆍ성장 하방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이번 주중 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할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브렉시트의 파급 영향이 매우 불확실하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대(對)영국 수출은 GDP 대비 0.56%에 그치지만, 브렉시트 충격이 EU로 확산될 위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EU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우리나라의 네 번째 교역국으로 수출비중은 10%를 차지한다.

때문에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0.1∼0.2%포인트 하락을 제시했고, 노무라 증권은 0.3%포인트 하락을 예상했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무라 증권은 올해 한은이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0.75%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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