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트릿건즈, 세계 밴드 대회 우승…“일희일비는 금물, 오래 음악하고 싶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기대도 안했다. “처음엔 꿈도 꾸지 말라고 했어요.”(타이거) 그냥 “도전의 쫄깃쫄깃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뿐. 그런데 덜컥 1등을 했다. 그것도 전 세계 대회에서 1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영어로 발표를 해서 못알아듣고 어리둥절했죠.”(철수)

지난 15일 ‘하드록 라이징 2016’에서 아시아, 대한민국 밴드 최초로 스트릿건즈가 최종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하드록 라이징’은 글로벌 기업 ‘하드록 카페’ 주최로 열리는 세계대회다. 그 동안의 우승은 미국과 유럽권 등 밴드 강국인 서구권의 차지였지만 스트릿건즈가 이변을 일으켰다. “다른 밴드들은 세계 대회이다 보니 영어로 가사를 많이 준비했더라고요. 저희도 고민을 했는데 ‘꽃이 져서야 봄인줄 알았네’를 내기로 했어요. 순수 한국말로 우승해서 더 뜻깊습니다.”(타이거)

[사진=와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승상금은 5만 달러와 펜더 악기 패키지 등 밴드에게는 최고의 상품이 돌아간다. 우승자는 스페인 이비자 섬 하드록카페 호텔에서 열리는 뮤직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는 영광도 안게된다. 이 모든 행운을 떠 안게 된 밴드 스트릿 건즈(기타 타이거(리더), 보컬 철수, 업라이트베이스 로이, 리드기타 규규, 드럼 제프)를 만났다.

지난 23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 이들이 과연 우승자들이 맞나 싶었다. 실감이 안나는 걸 넘어서 우승은 없었던 일 같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역전골을 넣었을 때 그 정도의 기쁨”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결국엔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하던 대로 열심히 음악을 하겠다(타이거)”는 신념이 있었다. “하나를 이뤘다고 좋아하는 것보다 멀리 보고 음악을 하려면 나 자신을 낮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이 반대로 밴드에게는 악재가 될 수도 있더라구요. 그렇게 없어지는 밴드를 많이 봤어요.”(철수) 철수는 이를 “체력 안배”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만든 음악, 작품으로 인정받는 게 모든 뮤지션들의 꿈이죠. 그 날이 올 때까지 체력 안배를 하려면 들뜨면 안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잘 된 건 곧 없어질 거예요.”

맏형인 리더 타이거가 대회에 참가하기 전 “꿈도 꾸지 말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인생이 바뀔 거라는 기대를 안했던 것 같아요. 순간의 이슈는 거품이 꺼진다는 걸 알기에, 밴드가 롱런할 수 있는 뭔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사진=와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릿건즈는 2001년 지금의 리더 타이거가 만든 ‘락타이거즈’라는 밴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록앤롤(Rock & Roll)이었지만 타이거는 ‘로코빌리’라는 장르만 10년을 팠다. 로코빌리는 록앤롤의 초창기 스타일로 쉽게 말해 엘비스프레슬리가 하던 음악과 헤어스타일, 패션 전체를 아우르는 장르다. 스트릿건즈는 한국의 로코빌리를 알리고자 ‘김치 빌리’라는 이름을 만들어 외국에 알리기도 했다.

멤버 구성은 몇 년에 걸쳐 완성체가 만들어졌다. 처음엔 로이와 함께 하다 공석이 생길때마다 충원한 결과 지금의 스트릿건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컬 철수가 들어오고, 리드기타 규규는 철수의 친 동생으로 “낙하산 인사”로 뽑혔다. 반대로 드럼 제프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공채” 출신이다. 다른 밴드와 다르게 스트릿건즈에는 콘트라베이스가 있다. 약 10년 전 일본 로코밸리 페스티벌에서 한 눈에 반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로이는 바로 콘트라베이스를 사고 독학을 시작했다.

스트릿건즈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았다. “전에는 밴드 부심이 있었죠. 우린 대중가요와 다르다는 (웃음)”(타이거) 이러한 생각은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음악에는 경계가 없어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타이거) 변하게 된 계기는 또 있었다.

[사진=와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릿건즈는 작년 KBS2 ‘탑밴드 3’에 출연해 4강까지 올라갔다. 역시 “기대도 안하고 지원”했지만 꽤나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타이거에게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 결과였다. “어쨋든 떨어진거잖아요. 대중들이 선택을 안해줬다는 거죠. 고민도 정말 많이 했고 반성도 많이 했죠.” 많은 밴드들이 이른바 ‘인디’를 자처하며 ‘대중 가요’와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스트릿건즈도 그 중 하나였다. “우리끼리만 멋있는,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했었죠.”(로이) “가요와 접목을 하더라도 내가 진정성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해요.”(철수) 이들은 입을 모아 “그냥 음악은 다 음악이죠”라고 말했다.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슈퍼스타가 된다거나 하는 갈망은 없어요. 지금하던 데로만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스트릿건즈 로이)

1만 대 1을 뚫고 세계 대회에 우승했는데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나 싶었다.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땅이 무너져도 이 밴드 만큼은 한결같이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의 꿈은 “풀타임 뮤지션”이다. “음악만 하면서 밥을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섯 멤버는 모두 음악과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 은행 청원 경찰, 급식 도우미, 실용 음악 선생님까지 그 직업도 아르바이트도 다양하다.

“대회 일주일 전에 음악을 그만 둬야겠다고 말했어요. 그때 타이거 형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왜 음악한테 화내’.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하겠다고 했죠.”(제프) “음악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든건 사실이예요. 그래도 음악한테 모든 원인을 돌리면 안되는 것 같아요.”(타이거)

맞형 만큼이나 막내 규규도 속이 깊고 단단했다. 절대음감의 소유자로 합주 때 호랑이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저는 저희 팀이 게으르지 않아서 좋아요.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마음을 안 가지거든요. 항상 위를 본다는 얘기예요. 그걸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어요.”(규규)

날은 저물고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인터뷰, 우승자를 만나러 왔던 기자는 순수하고 단단한 뮤지션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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