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스럽던 부모에 배신감…英. 집에서도 세대간 논쟁에 찬 바람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부모님이 나의 생각을 오해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해 버렸다. 브렉시트를 반대한 우리 48%를 모욕하고 폄하했다”고 21세의 스테파니는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한 주가 끝없는 논쟁으로 흘러갔다. 부모님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투표 후 가정 내에서도 세대간 갈등이 일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가명을 통해 전했다.

세대에 따른 투표 경향이 분명했던 이번 국민투표로 영국 내에서는 윗 세대와 젊은 세대간에 갈등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가 친밀감과 유대감으로 묶인 가정 내에서도 일고 있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유고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4세의 75%, 25~49세의 56%는 잔류에 표를 던졌지만 50~64세의 경우 44%가,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39%만이 잔류를 지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들은 평생 존경하고 믿어 왔던 부모님이 자신의 미래에 해가 되는 선택을 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 생각지 못했던 부모님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젊은층도 있다.

28세 제이미는 “엄마는 너그럽고 따뜻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으면 슬퍼하던 사람인데, ‘이민자’를 증오하더라”면서 “현지에 있는 아시아인들이 싫다고 탈퇴를 선택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경사에서도 친지에게 등을 돌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한 여성은 탈퇴에 투표한 자신의 삼촌을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그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끈끈한 유대 관계로 맺어진 가정이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회적인 갈등을 더욱 극심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후 젊은층은 윗 세대가 유럽연합(EU)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자신들의 미래는 빼앗아 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EU 탈퇴의 결과로 젊은층이 받게 될 영향이 훨씬 더 큰데, 윗 세대가 원치 않는 결정을 밀어붙였다는 분노다.

가디언은 “브렉시트가 나를 노인 혐오주의자로 만들까봐 무섭다”는 한 청년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노부부를 거리에서 보는데 갑자기 그들과, 그들의 세대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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