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 존재 비웃는 보조금 대란

지난 주말, 유명 IT 커뮤니티에서는 외계어(?)처럼 보이는 한글 ‘초성’이 게시판을 점령했다. ‘ㅅㄷㄹ’(신도림), ‘ㅋㅌㄱㅂ’(KT기변) 등의 은어로 도배된 게시글에는 최신 스마트폰을 10~20만원 대에 구매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사라졌다던 ‘대란’은 버젓이 현재 진행형이었다.

지난 24~25일 전국의 휴대전화 집단상가와 판매점에서는 갤럭시S7과 G5가 최저 10만원대에 팔렸다. 두 제품이 이처럼 다수의 판매점에서 파격가에 풀린 건 지난 3월 이후 처음이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26일에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몰렸다. 신도림 일부 상점에는 구매 행렬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 갤럭시S7과 G5의 출고가는 각각 83만6000원이다. 월 6만원 대의 요금제를 선택해 공시지원금을 받아도 50만원 대가 넘는 가격이다. 두 제품이 10만원 대에 팔렸다면 4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소비자에게 지급돼야 한다. 업계에선 이통사들이 유통망에 최대 52만 원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주고, 판매점들이 마진 등을 제외한 금액을 보조금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단통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가운데,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는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다. 최근 SK텔레콤과 KT는 대리점들에 불법 영업을 단속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반기 실적 마감을 앞두고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은 탓이다. 당장 지난 25일 하루 번호이동 건수는 1~24일 평균(1만3972건) 대비 40% 가량 늘어난 1만9372건으로 집계됐다. 3사의 가입자 뺏기 경쟁이 과열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불법 영업을 완전히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꼼수’를 근절시킬 완벽한 법이란 없다. 다만 작금의 어지러운 시장이 ‘소비자간 지원금 격차를 줄이겠다’던 단통법의 취지 자체를 흔드는 수준이라면, 법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달 지나 똑같은 휴대폰을 40~50만원을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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